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검찰에 "정권과 대통령을 겨냥하는 것은 좋으나, 합법적 수사를 하라"고 주문했다. 다단계 판매조직 제이유 사건에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연루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불법적 강압수사를 자행한 잘못을 대통령 말마따나 뒤늦게 지적한 것이다.
언뜻 검찰의 고유 역할과 책임을 드물게 너그러운 어법으로 강조한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개별사건에 관한 검찰의 과오를 빌미로, 적대적이고 부당한 검찰권 행사에 줄곧 시달린 듯한 인상을 심으려는 의도가 깔린 듯해 걱정스럽다.
대통령 발언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측근 각료와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검찰 비판에 앞장 선 때문이다. 이날 법무부장관이 제이유 수사팀에 대한 감찰결과를 보고하자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먼저 "검찰에 '청와대를 조지면 영웅이 된다'는 말이 있다"며 "국가기강 문제"라고 목청을 높였다고 한다. 또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비서실장은 징계대상 검사들을 지방 전출한 것에 그친 것을 비판했다.
국무회의는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유관부처도 아닌 복지부장관과, 내각 구성원이 아닌 비서실장이 검찰을 공개 성토한 것은 본분을 벗어난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정권 말기 예민한 시기에 검찰이 권력주변 비리를 파헤치는 것을 미리 견제하기 위해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빗나간 영웅심리나 명예욕에 이끌려 권력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가 흔한 듯한 인상을 주는 발언을 국무회의에서 함부로 하는 것은 악의적으로 비칠 수 있다. 정권 초기 검찰을 비롯한 이른바 기성권력과 스스로 대척점에 서는 것으로 정권의 정체성을 부각시킨 것을 떠올리는 연유다.
결국 이날 검찰 성토는 엄정한 수사를 이끌기보다는 독립된 검찰권 행사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비리를 의심한 수사를 정권과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과장한 것부터 거슬리지만, 이런 식으로 검찰 기강을 잡으려는 것은 국무회의의 고유기능과도 거리가 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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