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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옥1층을 미술전시장으로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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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옥1층을 미술전시장으로 꾸며'

입력
2007.03.1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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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애호·사회 봉사' 부각위해

한국의 대기업들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후원자인 메디치 가문 같은 미술 애호가들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옥 1층 로비를 미술 전시장으로 바꾸거나, 갤러리를 사옥에 입주시키는 그룹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고, '예술을 애호하고 사회에 봉사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임직원들도 예술의 향기가 넘쳐 나는 사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애사심도 절로 향상된다는 게 기업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예술품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대표적인 곳은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최근 서울 양재동 사옥 1층 로비에 상시 예술 전시공간인 '양재 아트리움'을 개관했다.

자동차와 철강 등 우직한 이미지의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최근 극심한 노사분규로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굳어지고 있는 것을 우려, 2개월간의 준비 끝에 아름다운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그룹은 개관 행사로 김창열, 박성태, 이용덕 등 현대작가 3명의 초대전을 5월말까지 열고, 이후에도 미술품 임대 전문 갤러리인 '표 갤러리'와 제휴해 연말까지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도 2005년 완공한 사옥을 미술관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꾸며 놓았다. 사옥 입구에는 최정화의 '과일나무'와 조각가 박충흠의 '빛의 도약'을, 1층 로비에는 윤명로의 ' 겸재예찬'을 설치하는 등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 배치했다. 사무실과 휴게실, 복도에도 130여점의 회화, 조각 등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 사옥 정문은 남대문 일대를 찾는 일본 관광객이 반드시 들러서 사진을 찍는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최근 본관옆 백화점 본점 옥상에도 호안 미로 등 서양 유명조각가의 작품을 전시,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로비를 '강남 사모님들'이 즐겨 찾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로비에는 높이 10m가 넘는 고 백남준의 대형 비디오 아트 작품이 설치됐다.

95년 설치된 이 작품은 깔때기 모양의 TV 모니터 260여대로 미래 환경과 인간사랑 등을 표현한 백씨의 대표작이다. 포스코는 탁 트인 로비를 매월 문화공연이 열릴 때면 '아트리움'이란 콘서트홀로 바꾸기도 한다. 포스코는 서관2층에 200평 규모의 '포스코미술관'도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 서울 용산구 한강로 본사 건물을 재단장하면서 1층 로비에 미국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의 조각 '러브(LOVE)',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절정의 꽃동산', 빌 비올라의 비디오설치 작품인 '라스트 앤젤(Last Angel)'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6점을 전시하고 있다.

서울 중구 신문로에 사옥을 두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태광그룹은 신문로 일대를 갤러리 거리로 바꿔 놓았다. 태광그룹은 사옥 1층을 시민을 위한 열린 갤러리로 만들었는데, 로비에는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아름다운 강산'이 펼쳐져 있다. 8,040개의 작은 나무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크기는 가로 31.73m, 세로 2.65m에 이른다.

LIG손해보험도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에 신사옥을 지어 입주하면서 1층 로비를 갤러리로 만들었다. 로비에는 이상남 화백의 작품 10여점과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이 있으며, 사무공간도 예술적으로 꾸몄다

경희사이버대 이준엽 교수는 "기업 경쟁력이 제품 자체보다는 이미지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예술품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는 것도 깔끔한 이미지를 구축해 기업경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미술관 설치는 임직원들의 정서함양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기업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명 작가의 미술작품이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는 것도 기업들이 갤러리를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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