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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30주년 헌정 등정 / 최대 난코스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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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30주년 헌정 등정 / 최대 난코스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 만든다

입력
2007.03.1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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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국영화감독협회 남산 시사실로 1977년 한국 에베레스트 원정대원들이 한 두 명씩 찾아와 자리에 앉았다. 조명이 꺼지고 영화 한 편이 방영됐다. 30년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당시 원정대원이면서 한국일보 사진기자였던 김운영(74) 대원이 6mm카메라로 촬영하고 국내에서 김수용 감독이 편집한 영화 <정상에 서다> 이다.

김영도(83) 당시 원정대장을 비롯해 77원정대원들은 지난 날 투혼의 현장으로 되돌아 간 듯 뜨거운 감회에 젖어 들었고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1시간 30분짜리 영화가 끝나고, 77원정대원들은 "30년 전 당시의 등정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열악한 장비 속에 일궈낸 위대한 승리였다"며 "이번에 후배들이 도전하는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루트 도전도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77 등정 이후 한국 산악계 급속 발전

1977년 한국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국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시 김영도 대장의 일기(<에베레스트 77' 우리가 오른 이야기> 중에서)는 "지난날 우리는 조용히 한국을 떠났다.

그 흔한 매스컴도 우리의 스폰서인 한국일보를 제외하고는 에베레스트 원정을 다루지 않았다. 출국 인사를 했을 때 에베레스트가 알프스에 있는가 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에베레스트가 마나슬루 보다 높으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원정대는 남 보란 듯 세계의 지붕인 에베레스트를 등정했고, 유신체제 아래 척박한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자신감'이라는 큰 선물을 선사했다.

이 사건은 한국 산악계에 굵고 깊은 큰 획을 남겼다. 한국이 처음 히말라야에 도전한 것은 1962년 경희대 산악부(대장 박철암)의 다울라기리2봉 정찰등반이었다. 71년 로체샤르 도전에서는 등정은 실패했지만 처음으로 해발 8,000m 위의 땅을 밟았다. 이러한 도전을 발판 삼아 77년 에베레스트 등정이 이뤄졌고, 이후 한국 산악계는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87년 허영호(52)가 2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면서 본격 고봉 등정시대를 열었다. 허영호는 마나슬루 단독 무산소 등정, 7대륙 최고봉 등정과 지구 3극점 도달의 기록을 세웠다.

허영호 이후 철인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85년 히말라야에 처음 도전한 엄홍길(47)은 이후 15년 동안 히말라야 8,000m 이상급의 봉우리를 일컫는 14좌를 완등했다. 박영석(44)은 93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초고속으로 최고봉을 밟아나간 그는 97년 한 해 동안 8,000m급 고봉 5개를 등정했고 2001년에는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93년에는 지현옥(99년 안나푸르나 등반중 실종ㆍ당시 41세)이 한국여성등반대 대장으로 한국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현재 5개 능선에 15개 루트 개척

77년 정상에 오른 고상돈 대원은 에베레스트 남동릉을 통해 올라갔다. 1953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첫 발을 디딘 영국원정대의 힐러리가 오른 초등코스다. 피라미드를 닮은 에베레스트 산은 서릉, 북릉, 북동릉, 남릉, 남동릉 등 5개의 능선이 뻗어있다. 이런 지형의 산에 현재 15개의 등반 루트가 개척돼 있다.

등반이 가장 어렵다는 남서벽은 해발 6,500m의 웨스턴 쿰 제2캠프에서 정상까지 수직고도 2,000m에 달하는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뤄졌다. 경사가 급해 눈도 쌓이지 않는 검은 암벽이다.

남서벽을 제일 처음 오른 이들은 1975년 영국 크리스 보닝턴 팀이다. 이후 러시아 팀이 새로운 길을 냈고 지금까지 이 2개의 코스만 뚫려있다.

박영석 대장은 "남서벽에 새로운 길을 내고, 또 산을 횡단등반하는 것은 에베레스트에 처음 오를 때부터의 꿈이었다"고 했다. 그는 "에베레스트 4번 등정에 지난해 횡단등반까지 성공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이번 도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원정대는 남서벽 신루트 개척을 위해 비장의 새로운 장비를 준비했다. 수직 절벽에 칠 수 있는 박스형 텐트다. 절벽에서 내려오지 않고 벽에 버티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절벽 한복판에 구축하는 공격캠프에서 원정대는 한국 등반사에 또 하나의 신기원을 활짝 열어 젖힐 것이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박영석 대장과 드림팀-朴대장 세계 첫 산악 그랜드슬램

한국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히말라야 14좌 최단기간 완등, 남극점 최단기간 무보급 도달….

원정대를 이끌 박영석(44ㆍ골드윈코리아 이사) 대장의 이력에는 ‘최초’, ‘최단’의 수식어가 수 없이 따라다닌다. 2005년 5월 박 대장은 북극점 원정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쾌거였다. 산악 그랜드슬램이란 히말라야 8,000m 급 14좌 완등,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 에베레스트와 북극, 남극 등 지구 3극점 도달을 모두 이루는 것을 말한다.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아직도 세계는 넓고 가슴 뛰도록 가고싶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루트 개척을 앞두고, 박 대장은 이 달 초 베링해협 횡단에 도전했다. 도전 5일째 강풍에 따른 유빙의 빠른 이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쉽게 원정을 접었지만 실패는 성공의 원동력일 뿐이다. 박 대장 일행은 18일 귀국해 에베레스트 남서벽 도전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박 대장의 베링해협 횡단에 동참했던 오희준(37) 부대장은 히말라야 8,000m 급 봉우리 14개 중 10개를 오른 주목받는 산악인이다. 박 대장과 북극점과 남극점을 비롯해 히말라야를 수없이 함께 등반했다. 이현조(35) 대원은 2005년 낭가파르바트 루팔벽에서 100일의 사투 끝에 정상에 섰던 주인공이다. 이 대원의 8,000m 급 암벽 등반 경험이 이번 원정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재용(36) 대원은 한국 클라이밍계의 대표주자다. 아시안 X-게임 3연패, 아시안슈퍼스타익스트림게임 2연패 등 세계적인 암벽 등반가다.

이형모(29) 대원은 지난해 에베레스트 등정 경험이 있고, 정찬일(27) 대원은 로체샤르를 등반하고 박영석 대장과 북극점을 함께 밟았다.

김영미(27) 대원은 홍일점이자 원정대의 막내로 7대륙의 최고봉 중에서 5개를 등정했고 이제 에베레스트와 킬리만자로를 겨누고 있다.

이성원기자

■등정 전 과정 다큐 영화로 제작

한국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원정은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산악영화에 애정을 쏟아온 김석우(36ㆍ싸이더스FnH) 감독이 등반 전과정을 촬영, 다큐멘터리 영화 <길> (가제)로 제작해 올 가을 극장 개봉할 예정이다. 산악인이면서 영화인인 김 감독은 원정대원으로 참가해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김 감독은 "1977년 에베레스트 등정을 이끈 선배들과 후배 산악인 간의 만남의 장을 에베레스트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77년 원정에 대한 당사자들의 육성을 현장에서 기록하고, 후배들의 새로운 도전 모습을 함께 깊이 있게 담아낸다.

그는 "77원정대 당시 정상을 밟은 고상돈 대원에게 영광이 집중됐지만 사실 모든 대원이 주인공이다. 나머지 대원들의 숨은 헌신에 주목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박영석 원정대가 미답의 남서벽 신루트를 개척하는 과정에서는 극한에 도전하는 대원들의 숨결과 고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그들의 내면 세계를 치밀한 영상 보고서로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흥행 보다는 의미에 방점을 찍는 영화이지만 독립영화가 아닌 극장 개봉영화로 만든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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