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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생보사 상장, 결단 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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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생보사 상장, 결단 내릴 때

입력
2007.03.1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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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차, 이차, 비차. 생소하지만 이 단어들은 생명보험회사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단어들이다.

사망보험의 경우 보험회사들은 고객에게 보험료를 걷어서 일정기간 운용하다가 고객이 사망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료를 책정할 때 회사는 사망률, 자금 운용수익률 등을 면밀히 추정하여 보험료를 책정하게 된다.

고객 중 사망하는 비율이 추정치보다 낮아지게 되면 보험금을 덜 지급하니까 이익을 보게 되고 반대로 사망률이 추정치보다 높아지게 되면 보험회사는 손실을 보게 된다.

사망률의 추정치와 실제치의 차이가 '사차'를 결정한다. 걷은 보험료 운용을 잘해서 수익이 높으면 이익을 보게 되고, 운용수익률이 낮으면 손실을 보게 된다. 운용수익률의 예측치와 실제치의 차이가 '이차'를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비용의 예측치와 실제치가 '비차'를 결정한다. 이차와 비차를 플러스로 만드는 능력은 회사별로 다르고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생보사 상장을 둘러싼 논의는 상장위원회의 결론이 나오고 나서, 또 한번 소용돌이 치고 있다. 핵심은 상장이익 배분에 집중되어 있다. 과거 유배당상품의 경우 보험상품 판매시 보험료를 더 걷어서 운용과 보험금지급을 한 후 남는 부분 일부를 돌려주기로 약속하고 판매한 바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상장이익의 일정 부분을 반환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주장의 근거는 유배당 상품 위주의 판매전략에 자산재평가 차익의 일부를 계약자 지분으로 인정한 예, 계약자보호제도가 미비되어 주주와 경영자가 위험을 공유했다는 주장 등이다.

반면 보험사들은 수익은 약속한 부분만큼 이미 배당을 하였고, 외국회사도 주식회사가 유배당상품을 판매한 예가 많으며, 재평가 차익의 계약자 배분은 경상이익에 대한 계약자 배분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상장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장추진위의 결론도 이와 비슷하다.

보험회사의 경영에는 실력과 능력이 요구된다. 약속대로 배당을 했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나머지는 회사에 귀속되어야 마땅하다. 상장이익은 그 동안 위험을 무릅쓰고 자본을 투여한 후 회사를 잘 관리하고 키워온 주주들과 경영진에 대한 보상이다. 아무나 다 잘할 수 있었다고 폄하하면 안 된다.

휴대폰 회사가 휴대폰을 팔아서 받은 돈도 고객 돈이고 조선회사가 배를 만들어 팔고 받은 돈도 고객 돈이다. 이 세상의 모든 회사는 다 고객의 돈으로 생존해가며 이익을 내고 있다. 보험 상품의 판매도 마찬가지이다.

상품의 형태가 좀 다를 뿐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보험금(혹은 배당)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돈을 받는 것이다. 고객이 돈을 내고 약속을 샀고 약속이 원래대로 이행되었다면 고객의 요구는 거기까지라고 보아야 한다.

상장을 통해 보험사들은 그 동안 어려운 가운데 생존해오면서 위험부담을 지고 경영행위를 한데 따른 결실을 일부 거두는 것이다. 그러나 상장은 또 하나의 시작일 뿐이며, 한미 FTA 협정에 따른 보험시장개방 문제 등 보험사들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첩첩이 쌓여 있다.

이런 면에서도 상장 이슈를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 상장추진위의 결정대로 상장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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