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학부모와 과다인상 공동단속…적발땐 세무조사 의뢰·고발 조치키로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이모(44)씨는 고등학교 2학년인 딸 얼굴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런 저런 학원 수강료 등 사교육비를 모두 합치면 200만원을 훌쩍 넘어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학원 수강료가 오르면 과외 가격도 덩달아 치솟는다. 이씨는 “3년 전만 해도 학원비에 과외비를 합쳐도 100만원이 안 됐다”며 “물론 지금은 고등학생이지만 수강료가 엄청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올라도 너무 올라” 아우성
학부모들은 14일 “월급은 제자리 걸음인데 수강료 인상률은 매년 두 자리 수”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그렇다고 남들 다 가는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도 없어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학원의‘봉’노릇을 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 올 들어 주요 입시학원의 수강료는 크게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교육물가는 전월에 비해 5.7%나 올라 2004년 2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 2.2%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재수생과 고3을 대상으로 한 대입 종합반 학원비는 6.6%나 올랐다. “사교육비가 물가 상승을 이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본지 조사결과 실제 인상률은 10%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송파구 J학원은 재수 종합반 월수강료를 지난해보다 17%(10만원) 오른 68만2,000원에 책정했다. 유명 입시 학원인 D학원 강남 캠퍼스도 지난해 68만원에서 올해는 72만원이 됐다. 노원구 S학원은 3월부터 대입 종합반 한달 수강료를 지난해보다 12%이상 인상된 48만5,000원을 받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교재비 등이 오른 데다 학원간 유명 강사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입 단과반이나 피아노, 태권도 등 일반 학원의 경우 월 수강료 인상률은 15%를 훌쩍 뛰어넘었다. 5만~6만원이던 학원비가 지난해에 비해 최소 1만원씩 올라 학부모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하는 우모(35)씨는 “소수 정예반과 유명 학원 프랜차이즈 도입 등 학원가에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단속 칼 빼 든다
학부모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교육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부터 학부모들과 단속반을 꾸려 ‘고액 학원’조사에 나선다. 시교위 관계자는 “앞으로 한달간 매일 오후 7∼11시 교육청 직원과 시민 및 학부모 단체로 구성된 단속반을 꾸려 수강료를 과다 인상한 학원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검 대상은 보습ㆍ어학ㆍ입시학원과 음성적으로 고액과외를 하는 일부 교습소 및 개인과외교습 등이다. 수강료 과다징수 사실이 적발될 경우 해당 학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국세청에 의뢰하고, 현직 교사 등 불법 고액과외 강사에 대해서는 사정당국에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김한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은 “해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이 사교육 팽창으로 나타나고, 결국 학원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단기적인 단속보다는 예측가능한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박원기기자 o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