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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의 나의 뮤지컬 이야기] <2> 빚 갚으려 시작한 '젊음의 행진'…젊음의 아이콘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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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의 나의 뮤지컬 이야기] <2> 빚 갚으려 시작한 '젊음의 행진'…젊음의 아이콘 'ON'

입력
2007.03.1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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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V 흥행에 힘입어 국악 접목한 뮤지컬 '요지경' 무대올려

*새로운 시도 불구 참패… 방송·CF 수입금으로 공연 빚 갚아

나의 첫 뮤지컬 (LUV)는 모든 게 열악했지만 열심히 만든 공연이었고 관객의 반응도 무척 좋았다. 그 해 여름 동해안 바닷가 천막극장에서 공연도 했고 비평가가 선정한 그 해의 작품에도 포함이 되었다.

용기를 얻은 나는 이듬해인 1980년 드라마센터 무대에서 앵콜공연을 했다. 소극장과는 달리 대형세트를 만들었고, 음악도 전자악기를 사용한 그룹사운드로 편성했다. 문제는 음향이었다. 당시에 국내에는 무선 마이크가 무척 귀했고, 그래서 어떤 뮤지컬은 무대 위에 스탠드 마이크를 여러 대 앞에 놓고 공연을 하기도 했다.

어렵게 국립극장의 무선 마이크를 빌리고 공연 당일 오전에야 리허설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막 리허설을 시작하자마자 남산 일대가 정전이 되어버렸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급한 마음에 드라마센터 바로 아래에 있던 한전으로 뛰어가 언제 전기가 들어오는지 문의를 하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전기는 공연직전에나 들어왔고 리허설도 못한 채 막을 올렸다.

공연 시작은 잘 되었지만 첫 곡이 끝나고 대사를 시작하자 스피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극장 근처 경찰차들이 교신하는 소리며, 온갖 잡음들. 극장에 전파방지 장치도 없었고, 안테나며 모든 시설이 열악해서 일어난 사고였다. 급히 마이크를 끄고 배우들은 생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연주자들은 소리를 죽여 작은 소리로 연주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대성황이었고,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공연을 끝내고 나는 결국 빚을 지고야 말았다. 당시에 티켓 판매는 지금처럼 인터넷 판매가 아닌 시내 예매처에서 현금을 받고 표를 팔았다. 가장 큰 예매처가 종로서적, 세고비아 기타점, 이화여대 앞 광생약국이었다.

공연을 끝내고 단원들이 각 예매처로 수금을 나갔는데 가장 큰 예매처인 종로서적으로 수금을 간 친구가 밤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거였다. 결국 그 단원은 그 이후 영영 보지 못했다.

하지만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든 나는 또 다음 작품을 기획했다. 이번에는 외국작품 아닌 우리 작품을 하고 싶었고 국악과 접목한 우리 스타일의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작품이 이근심 선생의 희곡 <요지경> 이었다. 한국연극지에 실린 이 희곡을 보고 바로 뮤지컬로 각색했다.

당시 76소극장에는 연극인 뿐 만 아니라, 신촌일대에 있던 젊은 예술가들이 거의 매일 밤 모이곤 했는데, 글 쓰는 친구, 예술을 하는 친구, 음악 하는 친구 등 참 다양했다. 그 중에 국악을 하는 김영동 선배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국악과 현대음악을 접목한 뮤지컬을 시도를 한 것이 바로 <요지경> 이었다.

81년 드라마센터에서 막을 올린 이 뮤지컬에는 지금 중견연기자로 활동중인 김지숙 황병도씨가 주역이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한 뮤지컬이었지만 결국 흥행에는 실패했고 나는 스물 네 살의 나이에 또 꽤 큰 빚을 지고야 말았다.

결국 나는 뮤지컬 제작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방송활동에 매달렸다. 그래서 시작한 프로그램이 KBS TV의 <젊음의 행진> 이었다.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젊은이들을 위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쇼였다. 이 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쳤고, 나는 졸지에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고, 연이어 들어오는 CF 수입금으로 뮤지컬 공연에서 진 빚을 갚을 수 있었다.

PMC프러덕션 대표, 명지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송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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