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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의 힘, 그 비결은? - 넘버3 전략 '소박한 구애'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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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의 힘, 그 비결은? - 넘버3 전략 '소박한 구애' 통했다

입력
2007.03.1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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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지 않다. 유행처럼 확 불었다 꺼질 것 같지도 않다. 작지만 다양하게, 그리고 꾸준한 시장 확보.

지금 한국에서 일본영화의 모습이다. 3, 4년 전만 해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같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도무지 시장성이 없어 보이던 것과 비교하면 놀랄 일이다.

물론 크기만 놓고 보면 아직도 별스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2.4%(서울 120만명). 최고 흥행이라고 해야 ‘외화흥행 톱10’에도 들지 못한 <일본침몰> 의 100만명이 고작이고, <데스노트> 와 그 후속편 <데스노트- 라스트네임> 의 관객도 합쳐 130만명에 불과했다.

일본영화의 저력은 이런 블록버스터급 상업영화에 있지 않다. 보통 2, 3억엔. 많아야 5억엔짜리 저예산독립영화들에 있다.

지난해 <레종 드 히미코> <유레루> <박치기> 등이 그랬고, 올해에도 이미 <허니와 클로버> <클럽진주군> <황혼의 사무라이> <훌라걸즈> <태양의 노래> <눈에게 바라는 것> <봄의 눈> <마미야 형제> 등 10여편이나 개봉했다.

이들은 분명 한국영화와 차별성을 가진다. 우선 한국영화에 잘 없는 인간내면의 문제나 동시대 젊은이들의 고민 등을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구성으로 다룬다. 일본 특유의 정서와 색깔, 섬세한 감수성, 기발한 상상력으로 앞서 일본소설과 만화에서 이같은 일본문화의 매력을 맛본 20대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허니와 클로버> <훌라걸즈> 의 아오이 유우, <유레루> 의 오다기리 조 같은 스타에 대한 선호도 생겼다. 국내 최대 일본영화 배급사인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적어도 고정관객이 3, 4만 명은 된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일본 영화 편당 관객수는 3만4,000여명이었다.

일본영화는 흔히 말하는 와이드 릴리즈(대규모 개봉)를 하지 않는다. 전용관 한 두 곳, 많아야 전국 10개 이하 스크린이다.

그래도 볼 사람은 다 본다는 것이다. <메종 드 히미코> 는 4개관에서 9만명, <유레루> 는 5개관에서 5만여명, <허니와 클로버> 는 7개관에서 4만7,000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조 대표는 “마케팅을 크게 하고, 스크린을 늘린다고 관객이 늘어나지 않는다” 며 “규모에 맞는 배급과 상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욕심을 내 70, 80개 스크린을 잡은 <홀라걸즈> (3월1일 개봉)와 <태양의 노래> (2월22일 개봉)도 11일까지 관객 4만6,600명, 3만2,900명에 불과한 것을 보면 그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고정관객에 ?G춘 소규모 개봉’ 전략을 가능하게 해주는 또 하나는 한국시장에 맞춘 일본영화사들의 수출가격.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시대물을 빼고는 보통 2, 3만 달러로 극단적인 경우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2, 3개 스크린에서 관객 5,000명만 와도 손해 보지 않는다.

지난해 1월 서울 명동에 일본영화전용관 QCN을 연 씨네콰논 이애숙 부사장은 “해외시장에서 무모한 욕심은 금물이다. 한국에서 일본영화가 있을 자리는 한국영화, 할리우드 영화 다음”이라고 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장기적 전략을 가졌기에 일본영화는 지난해 유럽영화(0.8%)를 제치고 3위에 올라섰고, 점유율도 0.4%포인트나 늘렸다.

일본영화의 부활은 결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따라서 ‘일류(日流)’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오랜 시간 소설, 만화, 패션 등 다른 장르와 함께 구축된 ‘문화의 한 코드’이기에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일본영화의 국내 상영도 50편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매주 한편씩 일본영화가 국내에 소개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 지금 한국영화는 너무나 비참하다. 한류스타 중심의 안이한 제작, 연이은 흥행실패에도 한류만 믿고 웬만한 작품도 일본영화 의 한국 판매가의 100배에 해당하는 300만달러가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배짱, 무리한 와이드 개봉 등으로 하루아침에 꺼꾸러져 지난해 일본수출은 2005년 6,032만 달러에서 1,038만 달러로 무려 82.8%나 곤두박질쳤다.

<괴물> <왕의 남자> <새드무비> 등 대부분이 일본관객으로부터 외면을 당했으며, 한류스타 이병헌을 앞세운 <그해 여름> 도 100개 스크린을 채우지 못한 채 개봉했다. 그나마 올해에는 아직 단 한 편도 팔리지 않았다.

더욱 암담한 것은 <미녀는 괴로워> <복면달호> 같은 최근 흥행작들이 모두 일본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지금도 한국영화가 앞 다투어 일본 원작에만 매달리고 있어 일본에서 한국영화시장은 ‘0’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쯤에서 한국영화가 ‘한류’의 망상과 안이함을 버리고 다양한 저예산독립영화로, 그리고 문화적 시각으로 한국에 안착한 일본영화의 힘과 태도를 눈 여겨 볼 때다.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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