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출신이다. 교육청 장학사에 교육부 연구관 경력까지 치면 40년 가까이 학생을 가르치고 길러 온 교육전문가다. 그는 블로그에 스스로를 '교육 짱'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이름 세 글자가 13일 언론에 크게 나왔다. 그가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를 통해 입수했다는'2007학년도 서울대 고교별 합격자 수' 자료 때문이었다.
이 자료에는 올해 서울대 신입생을 배출한 전국 883개 고교 명단과 합격자 수가 담겨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에도 '2006학년도 서울대 고교별 합격자 수'를 공개, 역시 여러 언론에 이름을 날렸다. 자료를 요청한 이유를 묻자 김 의원측은 "교육부의 평준화 정책이 잘못 됐음을 지적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명문대 신입생을 많이 배출한 고교를 공개하는 것은 '학교 줄 세우기'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광주 모 여고 교사는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서울대 못 보낸 학교는 '실력 없는 학교'로 낙인 찍혀 버린다"고 걱정했다. 경기 모 고교 교사는 "결국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의 명성만 높여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와 서울대 출입기자들이 1997년 '대학입시 보도강령'을 만들어 서울대 합격자 분석결과를 보도하지 않기로 한 것도 '고교 서열화'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평생을 교육전문가로 살아 왔고 교육 발전을 위해 국회의원이 됐다는 김 의원이 과연 이번 자료 공개가 교육 현장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정말 몰랐을까. 몰랐다면 그는 '교육 짱'이 아니다. 알면서도 자료를 내놓았다면 모 의원실 관계자의 지적처럼"언론에 이름 한번 크게 내보려는 정치인의 언론 플레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박상준 사회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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