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 또 폭등: 철근, 시멘트 등 자재비 상승 때문”
부동산 광풍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2006년보다 더 심각한 ‘부동산 대란’이 발생한다면 신문 1면 머리를 장식할 만한 제목이다. 부동산 투기가 아닌 ‘탄소세’로 이름 지어진 이산화탄소(CO2) 배출 부담금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소세가 적용된다면 아파트 값뿐 아니라 전기요금, 수도요금, 항공료 등 모든 물가가 두 배 이상 뛸 수 있다.
탄소세는 아니지만 기업들은 이미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세금과 다름없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산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CO2 양에 따라 비용을 치르고 있다. 공장뿐 아니라 축산업계도 가축의 분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인해 ‘방귀세’를 물어야 한다는 논란이 이미 시작됐다.
일본의 혼다와 미국의 세계적 특송회사 DHL 직원들은 해외 출장 때 일정금액을 기부한다. 자신이 탄 비행기에서 배출되는 CO2 비용이다. 기부한 돈은 CO2를 줄이는 조림사업 비용 등에 투입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항공기 배출가스를 억제하기 위해 2011년부터 배출 가스만큼의 돈을 내도록 결의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에너지관리공단에 등록된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한해 CO2 1톤을 감축하면 5,000원을 지급키로 했다. 이처럼 경우에 따라 CO2는 ‘돈 먹는 가스’에서 ‘돈 버는 가스’로 둔갑하기도 한다.
● CO2 못 잡으면 공장문 닫아야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교토(京都)의정서에 따라 선진국(부속서 1국가)들은 2012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대비 평균 5.2% 낮춰야 한다. 나라마다 배출량 한도가 정해졌다. 할당량보다 CO2를 많이 배출한 국가는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며,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한 나라는 탄소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은 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고 의결기구인 당사국총회가 국가별로 배당하지만 실제로 CO2 감축의무는 해당 국가의 기업에게 지워진다. 따라서 기업이 CO2를 감축하지 못할 경우 배출권 구입에 따른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원가 상승은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경쟁력이 곤두박질쳐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친환경기술을 적용해 할당량보다 CO2 배출량을 크게 줄인 기업은 그만큼의 CO2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당연히 원가가 절감될 뿐더러 CO2를 판매한 금액까지 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EU는 2005년 1월 1일 최초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열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현재 EU에 집중돼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개장돼 10여 개가 주식시장처럼 운용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탄소시장 규모는 2005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한 280억 달러(약 26조원)이며 CO2 톤당 가격은 최고 30유로(약 3만5,000원)를 돌파한 적도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유엔의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유엔으로부터 10건의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승인 받았다.
● 대박 터진 울산화학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상 의무감축 대상국에서 제외됐으나 2013년부터 의무 감축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4년 전세계 CO2 배출량은 265억8,300만톤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4억3,900만톤을 배출, 세계 10위권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미 청정개발제도(CDM)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CDM이란 풍력 같은 청정에너지를 개발하거나 신기술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그만큼 의무감축량을 줄여주는 제도다.
에어컨용 냉매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수소불화탄소(HFC)를 배출하는 울산화학은 CDM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울산화학은 2004년 해외기술을 도입, HFC를 더 이상 배출하지 않는다. 당연히 줄인 만큼 CO2 배출권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특히 HFC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중 가장 치명적으로 폐해가 CO2의 1만2,000배에 달한다. 따라서 유엔은 HFC 1톤을 감축하면 CO2 1만2,000톤을 줄인 것으로 인정된다. 울산화학은 연간 CO2 210만톤을 감축한 것으로 인정돼 국제 CO2거래소를 통해 매년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유엔 인증 CO2 거래소 개설
중국이 개발도상국으로는 처음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유치한다. 유엔은 지난달 베이징(北京)에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소 를 설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거래소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운용중인 민간 차원의 거래소와는 달리 유엔이 공인한 최초의 공식 거래소가 된다.
국제 관행상 거래소는 증권거래소와 같이 일정 액수의 수수료를 받는다. 국제 탄소거래소 시장 규모로 볼 때 유엔이 인정한 공식 탄소거래소가 개설되면 중국은 매년 수천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다. 일본은 국책은행인 국제협력은행과 주오미쓰이(中央三井)신탁은행, 해외투융자정보재단 등이 공동으로 올 6월까지 배출권 거래소를 개설키로 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천문학적 규모로 커질 CO2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지금 전쟁을 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도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온실가스 감축사업 '블루오션'으로 뜬다
사업가 진환경(가공의 인물)씨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사업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블루오션으로 판단하고 A광역시 쓰레기 매립지의 메탄 발생을 줄이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매립지에서는 매년 10만톤의 메탄이 5년간 꾸준히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은 CO2에 비해 온실 효과가 21배나 달해 1톤을 줄일 경우 CO2 21톤을 줄인 것으로 인정 받는다. 잘만 하면 진씨는 매년 CO2 210만톤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진씨는 A광역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은 뒤 자금을 모았다. 유럽의 탄소 펀드 회사인 ‘돈 되는 가스’(가명)사에 매년 9만톤의 CO2 배출권을 넘긴다는 조건으로 20억원을 확보했다. 메탄가스 저감사업이 유엔에 공식 등록되지 않아 많은 돈은 끌어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진씨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청정개발제도(CDM) 사업승인을 받고 정부의 도움을 얻어 유엔에 사업계획을 등록, 엄격한 절차를 거쳐 CDM 사업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바로 이 순간 진씨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
진씨가 갖고 있는 CO2 배출권은 연간 201만톤이다. 진씨는 유럽의 배출권거래소를 통해 CO2 배출권을 내다 팔기로 하고 전문 중개인을 찾았다.
중개인은 유럽의 ‘공해 발전소’(가칭)와 진씨를 연결했다. 이 발전소는 매년 CO2 배출 한도량보다 200만톤을 더 배출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초과한 분량만큼 CO2 배출권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협상 결과 CO2 톤당 5만원에 팔기로 계약했다. 1년에 1,000억원, 5년 계약금은 5,000억원이다. 중계 수수료는 따로 지불하지 않고 연간 CO2 배출권 1만톤으로 대신 지불키로 했다.
진씨는 회사 설립 및 인건비, 사무실 유지비 등으로 첫 해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회사 유지경비로 매년 40억원을 지출했다. 5년간 진씨가 지출한 금액은 모두 210억원이다. 사업에 뛰어든 진씨는 불과 5년 만에 4,810억원을 챙기는 ‘대박’을 터뜨렸다.
가공의 인물 진씨처럼 유엔으로부터 인정 받은 국내 CDM 사업체는 10개이며 10여개는 현재 추진중이다. 회사별로 CO2 감축량은 공개하지만 구체적인 배출권 계약 내용은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그 규모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회사가 배출권 거래로 공해를 줄이면서 큰 돈을 벌어들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송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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