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은 고구려를 세우며 떠났다. 장준혁은 죽었다. 그리고 이젠 여자들이 온다.
올 봄 드라마는 ‘여자들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여배우들의 컴백이 두드러진다.
SBS <소금인형> 의 황수정과 MBC <문희> 의 강수연을 시작으로 MBC <내 곁에 있어> 의 최명길, <히트> 의 고현정, SBS <마녀유희> 의 한가인, KBS <헬로 애기씨> 의 이다해, <최강 울엄마> 의 심혜진 등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스타급 연기자들이 대거 컴백한다. 또 <내 이름은 김삼순> 의 김윤철 PD가 연출하는 MBC <케세라세라> 의 정유미처럼 일약 주연으로 캐스팅된 신인도 눈에 띈다. 케세라세라> 내> 최강> 헬로> 마녀유희> 히트> 내> 문희> 소금인형>
이들 드라마는 시작 전부터 여배우의 컴백과 변신을 작품의 중심에 내세운다.
황수정의 컴백은 <소금인형> 을 방영 전부터 화제작으로 만들었고, <문희> 와 <내 곁에 있어> 는 몇 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강수연과 최명길이 시선을 모은다. 고현정은 여성 최초의 강력반 형사 역을 맡아 액션에 도전하고, 그동안 똑똑하고 예쁜 여성의 이미지가 강했던 한가인은 일은 잘하지만 연애는 잘 못하는 여자 마유희를 연기한다. 내> 문희> 소금인형>
이처럼 여성 연기자들이 부각되는 것은 여성 캐릭터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 정유미가 연기하는 <케세라세라> 의 한은수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긴 하지만 과거 여주인공과 달리 어리버리하고 단순하며 솔직한 성격으로 설정됐다. 케세라세라>
<문희> 의 문희(강수연)는 재벌그룹 회장의 숨겨진 딸로 밝혀진 뒤 경영후계자가 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가고, <히트> 의 차수연(고현정)은 남성들로 가득한 강력반 형사들을 이끄는 터프한 캐릭터다. 히트> 문희>
과거 드라마가 여성 캐릭터를 남성의 사랑을 받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에만 한정시켰던 반면, 최근 드라마는 여성에게 보다 다양하고 능동적이며 독특한 캐릭터를 요구한다.
그만큼 남자 배우 이상으로 시선을 모으는 여배우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 특히 오랜만에 컴백하거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여배우들은 최적의 캐스팅 대상. ‘독특한 캐릭터’와 ‘화제성 있는 여배우의 컴백’의 조합이 드라마의 흥행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앞서 방영한 SBS <외과의사 봉달희> 와 KBS <달자의 봄> 가 각각 이요원과 채림의 컴백, 그리고 과거와 달리 일에 열정적이면서도 연애에는 미숙하고, 다소 어리숙한 캐릭터로 인기를 얻으며 그 효과를 증명했다. 달자의> 외과의사>
KBS <대조영> 이나 SBS <연개소문> 처럼 큰 스케일의 대하사극이나 <하얀거탑> 처럼 연출 대본 연기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웰 메이드’ 드라마가 아닌 이상 여전히 여성 중심의 드라마가 눈길을 끌기 쉽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 중 남성 배우를 중심에 놓은 작품은 ‘마니아 드라마’로 명성이 높았던 KBS <부활> 의 작가와 PD, 그리고 엄태웅이 다시 뭉친 <마왕> 뿐이다. 마왕> 부활> 하얀거탑> 연개소문> 대조영>
TV 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한국의 TV 드라마는 결국 여성들이 많이 본다. 그리고 그들은 늘 스타들의 연기를 통해 지금의 자기 자신을 반영하거나, 되고 싶은 모습들을 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강명석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