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 주변정세의 해빙무드가 엄격한 상호주의로 요약되는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도 녹이고 있다.
대북 유화정책으로의 선회가 당론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 절차를 아직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대북 정책기조 수정은 원내대표단의 국회 대책회의가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소장파 의원들은 물론 대표적인 강경파였던 정형근 의원조차 “변화하는 여러 정세에 대해 한나라당만 홀로 서서 반대할 수는 없다”고 한 데서 보듯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가 상당하다.
이 같은 입장변화를 부른 가장 큰 요인은 물론 대선이다.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고수하다 평화가 아이콘이 된 시대흐름에 뒤떨어질 경우 대선 승부처인 중도 세력으로부터 외면 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송영선 의원은 “여권은 평화를 앞세워 반전세력임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은 전쟁ㆍ 친미세력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며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충환 공보부대표는 “열린우리당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라면, 한나라당의 화해 평화 협력정책은 북핵 해결을 전제로 상호주의 호혜평등 기조에서 적극 협력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선 박진 의원 등이 나서 “북핵 폐기를 원칙으로 하되 유연하고 탄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당내 논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남북정상회담이나 대북 현금 지원 등 민감한 대북정책 이슈들이 입장선회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강경 보수파인 김용갑 의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폐기할 것으로 보는 국민은 없다”며 “한나라당이 북풍에 떨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의원들의 방북 적극 지원 등 낮은 수준의 대북 정책변화 사례를 제시한 것도 아직은 불안정한 내부 기류를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선 주자들의 입장도 관건이다.
당장 보수적 색채가 짙은 박근혜 전대표의 대변인인 한선교 의원은 “당의 공식입장으로 볼 수 없다”며 논평을 하지 않았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