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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찬의 하이킥 라이프] (1)자기성장형 인간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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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찬의 하이킥 라이프] (1)자기성장형 인간의 도래

입력
2007.03.1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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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와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 1962년 한국일보 수습기자로 시작해 45년째 언론인으로 사는 안병찬 전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명함에는 두 단어가 공존하고 있다. 영문 이름의 첫 글자를 딴 ‘ABC’라는 애칭은 사건의 최전선에서 진실을 캔다는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란 말과 어울려 새 의미를 만들어 낸다. 기자의 ABC라 할 수 있는 현장에 늘 있는 까닭이다.

1975년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기자로는 유일하게 사이공의 최후를 현장 보도한 기자, ‘안깡’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통하는 그를 신문사 후배인 소설가 김훈은 이렇게 평했다. "안병찬 기자는 그 험난한 리얼리즘의 바닥에 몸을 갈아야 하지만, 거기로부터 또다시 자신을 빼내야 하는 그 가혹한 현장에, 늘 나가있다."

그런 그가 ‘이태백’과 ‘사오정’이 보통 명사가 돼버린 요즈음, 70세의 나이에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로서 새롭게 현장 취재에 나섰다. 젊은 문화 마케터들로 구성된 ‘기분좋은 QX’의 조력을 받는 그는 고령화 사회의 개념을 뛰어넘어 ‘성장사회’라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트렌드를 포착해냈다.

노ㆍ중ㆍ청년의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인생 재설계, 재교육, 산업 재투신, 재사회화 등을 통해 새로운 인적 순환 구조가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성장사회’. 그는 앞으로 인물을 심층 인터뷰하고 분석해서 자기성장사회의 면모를 소묘할 계획이다. 일선에서 수십 년을 뛴 시니어 기자의 경험과 감각적인 젊은이들의 앞서가는 예지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인물기획 시리즈의 연재를 앞두고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그를 만났다.

_나이를 잊은 채 ‘시니어 액티비스트’로 활동하시려면 건강관리보다 중요한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몇 해 전만 해도 나이가 들었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최근 체력이 밀리는 느낌이에요. 2002년부터 3년간은 요가에 몰두했습니다. 요즘은 요가시간을 30분 정도로 줄이고 걷는 시간을 늘리고 있습니다. 일부러 승용차를 타지 않습니다. 만 보를 채우려고 노력하는데 그건 쉽지 않네요.”

_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신인류가 출현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직접 트렌드를 주도하고 계신 비법이 무엇인지요.

“저희 세대에는 나름대로의 문법과 감각과 언어가 있지요. 그걸 굳이 다 버리고 젊은 친구들이 쓰는 가뿐한 문장과 삶의 방식을 흉내 내기보다는 기존의 근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찾아내고 만져보고자 늘 시도합니다. 거기에 트렌드 분석과 문화 기획을 하는 ‘기분좋은 QX’가 아이디어를 수혈받는 덕택에 이렇게 지금까지도 녹슨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것 같네요.”

_젊은 세대와는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그리고 그들의 특질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일단 그들과 어울리는 겁니다. ‘나는 ‘엽기적인 그녀’를 재미있게 봤는데 너희는 어떠냐?‘ ‘나는 전지현이 좋은데 너희는 오드리 헵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렇게 말을 걸죠. 대학교수 시절 제자들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피자도 함께 먹으면서 이해의 폭을 넓힙니다.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나와 무엇이 다른가’하고 늘 묻게 되지요. 우리 세대가 ‘각고면려’(주.刻苦勉勵:고생을 무릅쓰고 부지런히 힘씀) 즉 하드워킹의 삶을 살았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노동을 재미있게 살기위한 방안의 하나로 인식합니다. 그런데 더 어린 세대는 가혹한 경쟁 속에서 안정적이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고, 정해진 일만 열심히 하는 경향으로 바뀝니다.”

_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정보 기기에 대한 사용 능력이 자기 성장을 돕는 순기능과 정보격차,곧 디지털 디바이드를 심화시켜 세대 간 벽을 두껍게 하는 역기능이 있는데요.

“다중 매체로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는 능력이 자기 성장 사회의 중요한 수단이 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죠. ‘인간의 의지’, ‘학습하려는 욕구’, ‘삶의 여유’ 등 가치와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디지털 디바이드로 인한 세대 간 격차는 이미 줄어들고 있습니다. 틈을 메우는 지름길 역시 사회 교육보다는 자기 의지에 따르는 학습이라고 봅니다. 저는 한발 뒤늦게 멀티미디어를 활용했지만 저를 성장시키는 데 문제없었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디지털 다중 매체 방송을 컴퓨터로 보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입니다.”

_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라는 직명을 쓰고 계신데, 그 정확한 의미와 하는 일을 알려주시죠.

“프랑스에서 유래한 르포르타주는 기록 문학이란 뜻이 있습니다. 어떤 작가는 르포르타주를 가리켜 깨끗한 서정, 체험에서 우러나는 명증(明證), 냉철한 숫자라고 했습니다. 르포르타주는 이에 근거하여 문학성이나 역사성에 도달하게 되므로 현장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야를 인식하므로 ‘포스트 저널리즘’이라고 봅니다. 그것을 추구한다고 해서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라고 이름 붙였지요. 내 직업을 계속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_어떤 활동 계획이 있으신지요?

“우선 저술 활동입니다. 1년에 1권씩 책을 내는 걸 목표로 합니다. 그 첫 번째 산물이 제가 1975년 베트남 패망 당시의 현장 취재경험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쓴 책 ‘사이공 최후의 새벽’을 고치고 보완해서 ‘베트남 최후의 표정 칼라로 찍어라’라는 새 책으로 다시 낸 것입니다. 이 제목은 올해로 돌아가신 지 30주년 되는 한국일보 장기영 창간 사주가 당시 사이공에 있던 제게 전문으로 보내왔던 취재명령입니다. 앞으로 한 달 안에 자기 몰입의 삶을 사는 16명의 인간 유형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트렌드를 보여주는 ‘에고이스트’가 나올 텐데 이것이 두 번째 책입니다.”

_대선배님을 뵈니 삶에 대한 열정이 여전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나이가 들면 모두 다 놓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이 연재를 시작할 때도 실은 그런 마음이 들었죠. 하지만 호기심과 집중력을 잃으면 학습도 성장도 끝납니다. 호기심과 집중력은 자기 스스로 노력해야 나오지 젊을 때처럼 샘솟듯이 솟구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대상에 대한 관심의 고삐를 놓지 말아야 합니다.”

■기분좋은 QX가 제공하는 트렌드 ABC '자기성장 증후군'

적극적으로 자기성장을 만들어가는 풍조가 고령사회 현상을 뛰어넘었다.

당초 '자기성장에 몰두하는 신드롬'은 산업사회에 근면하게 적응해온 현대적인 감각의 해방둥이 세대가 은퇴하여 자기성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도모하면서 촉발되었다.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기관리 또는 경영서적에 열광하는 풍토를 조성한 것은 자기성장 욕구의 결과이다. 결과적으로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이 증가했지만, 동시에 여가 대중화와 학습 정보화도 위세를 더한다. 이제 부모 세대와 젊은이 세대 모두에게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한 반면 취미와 학습을 통한 발전기회는 많아졌다.

고령사회가 아니라 성장사회가 왔다는 적극적인 메시지는 생산적 은퇴를 갈망하는 '실버 청년'이 부상하면서 널리 전파된다.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는 새로운 젊은이의 탄생이다. 자조성장 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이제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자기성장 사회에서 자발적인 시민들은 복지사회의 서비스를 당당하게 요구한다. 동시에 사회안전망이 처리해주지 못하는 생존의 문제는 스스로를 도와서 학습하고 변신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자기성장의 사회는 모습을 드러냈다.

기분좋은 QX 홈페이지 www.givenzoneqx.com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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