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이 법조계의 신뢰회복과 법원의 사법권 독립,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법조계 중심에 서 겠습니다”
지난달 26일 대한변호사협회 제44대 회장에 당선된 이진강(李鎭江)변호사는 1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중 반드시 ‘변호사 윤리규칙’을 만들어 국민에게 신뢰받는 변협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법원과 검찰보다 자율권이 있는 변협이 법조3륜의 조정자가 되겠다는 ‘재야중심론’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공판중심주의의 도입에 대해서도 “적극 환영하지만 법원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는 것이 공판중심주의가 아니다”라며 “국민들도 소송비용의 증가와 많은 어려움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_회장 취임 후 나온 대한변협의 첫 성명이 로스쿨 반대 입장 표명이었습니다. 변호사 단체의 이익만을 위한 것은 아닌지요.
“저는 직역 이기주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법률서비스는 일반서비스와 달리 고양질 서비스여서 잘못 제공되면 되물리기 어렵고 부작용이 큽니다. 도덕성을 갖추고 전문지식이 있는 자격있는 사람이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로스쿨도 단순히 변호사 직역에 관계된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근간을 받치는 법조인 양성제도의 문제이고 법학교육 정상화와 인문교육 더 나아가 이공계 교육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비법조인도 법조계에 들어와 다양한 법률 수요를 충족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운영이 잘못되면 인문계, 이공계에서 모두 로스쿨로 몰려 들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고 사학법 연계 등 정치적인 협상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_공학, 건축,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 분야 전공자가 로스쿨을 나오면 더 전문성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나요.
“그런 분야는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하면 됩니다. 공학 관련 지적소유권 소송은 공학전공자가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을지 몰라도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법률가가 의료, 건축 등 전문분야 서비스하려면 전문지식을 빌리던가 연구하면 됩니다.”
_연수원 성적 순으로 법원, 검찰 임용 후 나머지는 변호사로 나오는 현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않나요.
“연수원 전면 폐지안은 이르지만 현 연수원제도는 바꿔야 합니다. 곧 국회에 입법청원을 할 예정입니다. 그 내용은 사법시험 합격자들에게 변호사 교육을 위주로 하는 것입니다. 연수원 2년 기간 중 변호사 교육, 법ㆍ검 교육을 1+1로 하든지 변호사 교육만 2년을 받게 한 후 변호사 자격을 주고, 이후 상당기간 변호사 활동을 한 사람 중 판ㆍ검사를 별도로 임용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레 법조일원화 이루어지고 변호사와 판ㆍ검사 자격에 차등을 두는 것입니다. 판ㆍ검사가 되려면 변호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_사시합격자 1,000명 중 800여명이 변호사가 됩니다. 하지만 변호사 수가 늘어도 국민들은 법률 서비스가 예전 그대로라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데 찬성합니다. 그러나 법률 서비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변호사 수를 늘리자고 하는 것은 피상적인 생각입니다. 변호사 수를 늘리기 전에 기본적인 생활관계가 법률관계라는 국민의 의식수준이 달라져야 합니다. 미국에는 200만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있습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집을 사고 파는 등 기본적인 생활에도 변호사를 이용합니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그 정도로 바뀌면 필요한 변호사들의 수가 나올 것입니다.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_젊은 변호사들의 취업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영 로이어스 디비전’(Young Lawyers Division)같은 ‘청년변호사위원회’를 만들 예정입니다. 젊은 변호사와 경험 많은 변호사를 일대일로 연결해 경력 변호사가 고민상담 역할을 하고 구직정보도 알려주는 제도입니다. 또 국가, 지자체, 대기업 등에 변호사들 고용요청 공문 돌리고 만날 것입니다. 사법연수원 측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변협과 공동으로 취업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_변호사의 윤리 문제 지적이 여전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지요.
“임기 중에 ‘변호사 윤리규칙’을 마련할 것입니다. 변협에 특별팀을 만들어 미국, 유럽 등 사례 연구해 상세히 만들어 국민에 신뢰받는 변협을 만들 것입니다. 전관들의 수임제재 문제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현재 일부 시민단체와 같이 전관의 수임기간을 제한하는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법에 대한 제한보다 전관 변호사들이 직업윤리에 맞게 일을 하고 2년간 수임내역을 변협에 제출하는 개정 변호사법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_취임 후 대법원장, 검찰총장, 법무장관을 만나 법조계 상호 협력 문제를 논의하셨습니다.
“저는 나라를 지탱하는 세 기둥은 법원, 검찰, 변호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둥들이 국민들에게 ‘자기들만 안다’는 인식을 갖게 해선 안됩니다. 역사적으로도 법원과 검찰은 권력으로부터 자유스런 기관이 못 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재야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재야의 역할은 법원, 검찰이 권력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어려움을 덜어주고 조정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때인가 그 기능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기능을 다시 찾겠다는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여러분들 만났고 대법원장님과 오해도 풀었습니다.
_‘법조 3륜’이란 표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륜이냐 아니냐 따질 문제가 아니라 법조계가 각자 맡은 직분을 어떻게 해왔나를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법원, 검찰, 변호사가 법조 3륜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얼마 전 일로 아쉬움도 있었지만 재야가 3륜 역할을 못한 것은 없습니다. 재야중심론에 대해 법원과 검찰은 주제넘게 무슨 재야가 중심이냐고 하지만 인원수, 역사로 봐도 그렇고 권력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는 재조보다 자율권이 있고 법원과 검찰이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재야가 중심입니다.”
_지난해 법원ㆍ검찰의 갈등 이면에는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견해차가 있었습니다. 변호사계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공판중심주의를 법원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주는 것이라고 보는 오해가 있습니다. 공판중심주의는 검찰과 변호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공방을 하고 법원은 제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데 이 모든 것을 법정에서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럴려면 법원은 충분한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고 검찰은 기존 수사관행을 바꿔야 하며 변호사도 수사단계에서부터 참여해 피의자를 변론해야 합니다. 수임료도 시간제로 바뀌어야 하는데 국민들은 당황할 것입니다. 국민들도 공판중심주의하면 소송비용이 늘어나고 자신들도 어려움 겪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난해 변협이 이용훈 대법원장 사퇴, 전효숙 헌재 소장 지명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너무 정치적으로 반응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변협은 정치적 성향이 없는 단체이고 정치적 문제는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을 위하고 법에 의한 지배, 적법절차 준수, 사법권 독립 등이 훼손되는 정치권력의 언동 등에 대해서는 올바른 목소리를 언제든 낼 것입니다. 그래야 재야, 재조도 살고 나라도 튼튼해 진다고 봅니다.”
_법률시장 개방에 어떻게 대비하고 계십니까.
“열 것은 열고 방어할 것은 방어한다는 것입니다. 완전개방은 십 수년 유예를 받을 수 있고 단계적 개방으로 가는 상황에서 전향적, 능동적으로 준비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로펌도 덩치를 키워 외국 대형 로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좌우명은…
이진강 대한변협 회장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언제나 '법조반백년'이라는 책이 놓여 있다. 고(故) 고재호 변호사의 회고록이다. 1954년 대법관을 지낸 고 변호사는 사법권 독립의 초석을 다진 강직한 법조인이었다.
이 회장은 "20여년 전 검사시절에 받은 책인데 지금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이 책을 펼쳐본다"며 "서문에 나오는 '법조 3륜이 지켜야 할 덕목'은 곧 나의 좌우명"이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가 말한 '법조3륜의 덕목'은 '법관은 공정한 재판', '검사는 주어진 권한 자제', '변호사는 사회에 대한 봉사'로 요약된다. 이 회장은 "판사가 법정에 들어오면 모두 일어나 예의를 표하는 것은 판사가 공정에게 재판을 진행해줄 것을 요구하는 뜻이다. 검사는 영장청구가 일상일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평생의 문제가 되니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특히 변호사의 사회봉사를 강조했다. 그는"국선변호를 해 보면 마음의 부자가 된다"며 "공익활동 후 느끼는 무한한 기쁨을 후배들도 꼭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회장이던 98,99년 2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국선변호를 했었다. 이 회장은 "매일 나를 찾아 오는 이들은 불안과 근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걱정이 해결돼 마음 편히 돌아간다면 그것은 곧 나의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진기자
●약력
▲경기 포천ㆍ64
▲ 휘문고ㆍ고려대 법학과 졸업
▲사시 5회
▲ 경력
1971년 검사임용
86년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
93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94년 변호사 개업
99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정리= 박상진기자 okome@hk.co.kr대담=김승일사회부장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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