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중인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1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양국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다. 하워드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우방국이자 무역파트너인 일본의 치부를 직접 거론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저녁 일본 총리 관저에서 개최된 회담에서 하워드 총리는 위안부 문제가 "호주에서도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1993년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를 계승하고 사과의 마음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밝힌 발언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위안부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데 대해 사과의 기분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호주 언론들은 하워드 총리가 전날 호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는 더욱 강한 어조로 위안부 문제를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일간지 에이지는 당시 하워드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국가적 강제성이 없었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 "구차한 변명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하워드 총리는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구차스런 변명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제 동원이 없었다는 주장은 나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고, 다른 동맹국들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사실 하워드 총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이 1993년 고노(河野)담화를 통해 사과를 했고,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도 이를 재확인한만큼 새롭게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자세를 보였다.
하워드 총리의 태도가 급변한 데는 지난달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폭로한 네덜란드 출신 호주인 '백인 위안부'로 알려진 얀 오헤른(84)씨의 증언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총리는 "지난달 미국 하원에서 증언한 오헤른씨가 강요에 의해 피해를 당한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국 총리는 13일 저녁 정상회담을 갖고 안전보장협의위원회의 창설이 포함된 '일본ㆍ호주 안전보장협력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 따르면 양국은 앞으로 유엔평화유지활동이나 국경 경비, 재난 구호, 대테러 활동 등에 공조하게 된다.
그러나 이 선언은 일본이 미국과 맺은 방위조약과는 성격이 다르며, 일본이 다른 국가로부터 침략을 당한다 하더라도 호주 군대가 참전할 필요는 없다고 양국 정상은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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