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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에 미래 달렸다 / <상> 쾌면침대에서 인공지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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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에 미래 달렸다 / <상> 쾌면침대에서 인공지능까지

입력
2007.03.1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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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쓰면 "손가락 쉬어!"뇌활동을 기계가 수행, 편안함 제공… 똑똑한 제품 개발에 경제미래 달려

#1.♩♪♫♬~. 아침 6시. 오늘도 침대가 상쾌한 음악과 밝은 햇살로 나를 깨운다. 자명종도 아닌데 매일 이렇게 정확한 시각에 나를 깨워주다니…참 기특한 녀석이다.

몸도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새벽2시가 넘어서야 잠들었지만, 7~8시간 숙면을 취한 것처럼 몸이 개운하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더라니, 이 ‘쾌면침대’야말로 과학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다.

#2. 모자와 헬멧 중간쯤 되는 헤드셋 ‘프로젝트 이포크’를 머리에 썼다.

그 순간 나는 3D게임속의 캐릭터와 한 몸이 된다.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캐릭터는 내 생각대로 움직이고, 내 기분대로 표정도 짓는다. 재미는 있지만 팔도 아프고 눈도 침침해지는 컴퓨터게임, 모바일게임은 이제 안녕!

SF영화속 장면들이 아니다. 실험실의 가상현실도 아니다. 쾌면침대, 게임 헤드셋은 이미 개발되고 상용화된 제품들이다.

쾌면침대는 일본 마쓰시다전기의 작품. 지난해부터 고급호텔에만 설치됐지만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는 가정용으로도 판매한다. ‘프로젝트 이포크’ 게임헤드셋 역시 호주업체 이모티브가 개발을 이미 완료했다.

두 제품의 공통점은 ‘사람을 읽는다’는 점. 쾌면침대는 내장 프로그램이 사람의 뇌파흐름을 체크해 정확한 몸 상태를 확인, 최적의 수면상태가 되도록 시트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프로젝트 이포크’ 역시 헤드셋이 사람의 생각과 감정, 표현과 관련된 뇌파신호를 파악해 게임캐릭터에게 전달하게 된다.

‘열길 물속보다 헤아리기 어렵다’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이 신비한 힘, 그럼으로써 생활에 최대 편리함을 줄 수 있는 기술. 이것이 바로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다.

인지과학의 중요성은 그 응용범위가 무한대에 가깝다는 데 있다.

지난달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독일 막스프랑크 인지과학연구소 학자들은 사람의 마음을 읽고, 취하려는 행동을 미리 판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의 뇌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개발했다.

이를 응용하면 손발을 사용하지 않고 생각(뇌 신호)만으로 전화를 걸고, 자동차를 조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인공지능의 로봇이나 가전제품도 물론 가능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지과학은 미래산업을 지배할 핵심기술로 평가 받는다. 이 기술을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생존여부가 판가름 날 수도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미래는 인공지능제품 시대다. 인지기술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차세대 먹거리’를 제공할 기반기술이란 지적이다.

선진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이미 연구를 착수, 현재 모든 산업의 기초학문처럼 연구가 진행중이다. 미국은 국립과학재단에서 나노, 바이오, 정보기술과 함께 인지과학을 NBIC라는 이름으로 묶어 핵심과제로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지과학연구는 걸음마단계다. 일부 국책연구소와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초보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이안재 박사는 “인지과학은 국가차원에서 중장기적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며 “기업들도 미래에 살아 남으려면 인지과학연구를 진행하면서 부산물들을 계속 제품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인지과학

단순 육체활동 뿐 아니라, 감정 생각 표현과 같은 사람의 뇌활동을 인식하고 이를 제품화하는 기술. 제품개발 뿐 아니라 광고, 마케팅, 판매까지 적용범위가 넓다. 궁극적으론 인간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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