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화곡동 H중 2년 김모(14)군은 등하굣길이 겁이 난다. 새학기 들어 학교 부근에서 벌써 두 차례나 폭행을 당했다. 담임 교사에게 사정을 호소하거나, 맞벌이 부모에게 이야기를 해도 ‘안전한 등하굣길’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4월1일부터는 김군 처럼 학교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이 마음 놓고 학교를 오갈 수 있게 된다. 민간 경비업체가 무료로 신변보호 서비스에 나서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이종서 차관과 KT텔레갑 김동훈 대표는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안전한 학교만들기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의 핵심은 무료 신변보호 서비스다. KT텔레캅 안전요원들이 등하굣길에 순찰차나 이륜차 등을 이용, 폭력피해 학생들을 학교나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 최소한 등하굣길 만이라도 신변 안전을 보장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폭력피해 학생들이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학생들은 학교에 상담을 신청하고, 학교 측은 상담 후 KT텔레캅에 신변보호를 요청한다.
신고를 받은 KT텔레캅 측은 관할 지사에 통보, 담당 안전요원을 지정한 뒤 ‘1대 1’신변보호를 실시한다. 이 서비스는 등하굣길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단, 폭력 사태 등 긴급 상황이 생길 경우 학교나 피해 학생들은 관할 경찰서에 직접 신변보호를 요청토록 했다.
교육부는 이 서비스가 실시되면 전국 1,600여명의 상습 폭력피해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간 경비업체의 신변보호 서비스는 등하굣길 폭력 위험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서비스가 시행되면 피해 학생들의 신분이 외부에 노출될 소지가 커 또 다른 폭력 위험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외부에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전문상담교사 등이 중심이 돼 폭력을 근본적으로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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