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동안의 고독> 을 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80)와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이름이 오르내리는 <세상종말전쟁> 의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72)의 공통점은? 세상종말전쟁> 백년동안의>
‘남미문학을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현대문학의 거장들’이 ‘알려진’ 답안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정답이 또 있다. ‘30년간 말도 안 한 원수관계’다.
마르케스의 80회 생일을 맞아 절친한 친구였던 두 사람이 등을 돌리게 된 원인을 짐작케 하는 사진들이 최근 공개됐다,
13일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멕시코 신문 라 요르나다가 최초로 보도한 사진들 중에는 마르케스의 친구 로드리고 마요가 1976년 찍은 두 장의 흑백사진이 있는데, 바로 왼쪽 눈 아래 시퍼런 멍이 든 젊은 마르케스의 모습이다.
현대문학의 가장 유명한 견원지간의 기원을 밝혀줄 이 사진들의 배후에는 여자문제가 얽혀 있다.
사건은 영화 시사회를 보기 위해 수많은 남미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모였던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롬비아 출신 마르케스와 페루 출신 바르가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살면서 부부끼리도 돈독한 우정을 다졌다.
영화 상영 후 마르케스는 오랜만에 만난 요사가 반가워 반갑게 그를 껴안았지만, 요사는 “바르셀로나에서 내 아내에게 그런 짓을 해놓고 어떻게 감히 나한테 와서 인사를 할 수 있지?”라며 수차례 마르케스의 얼굴을 휘갈겼다.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 마르케스는 코피를 흘리며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이틀 후 마요는 마르케스의 시퍼런 눈을 사진으로 찍었다.
절친한 친구사이가 주먹질 하는 관계로 전락한 사연은 이렇다. 두 부부가 바르셀로나에 살 당시 요사는 스웨덴 미녀와 사랑에 빠져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고 떠났던 전과가 있었는데, 그때 요사의 부인에게 위안이 돼 줬던 마르케스 부부가 그녀에게 요사와 이혼하라는 충고를 해줬다는 것이다.
후에 요사는 부인과 화해했고, 그녀가 요사에게 전말을 얘기하면서 그것이 느닷없는 폭력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게 추론이다. 요사의 분노 뒤에는 이혼 권유 이상의 중요한 배신 행위가 있었으리라는 해석도 있다.
30년간 비밀스럽게 간직됐던 사진들이 6일로 80회를 맞은 마르케스의 생일을 기념해 <멍든 눈의 끔찍한 사연> 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면서 마르케스와 요사의 ‘30년간의 고독’에도 해빙무드가 감돈다. 요사가 마르케스의 고전 <백년동안의 고독> 의 초판 발행 40주년을 기념해 서문을 써주기로 한 것. 백년동안의> 멍든>
그날의 앙금 이후 마르케스는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 긴밀한 우정을 키워가면서 좌파 작가의 길을 걸었고, 요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숭배자가 돼 우파 후보로 페루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30년간 다른 길을 걸으며 반목한 두 문학 거장이 주는 교훈. “남의 부부싸움에는 절대로 참견하지 말라.”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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