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고 했던가.
1위 삼성화재(24승5패)와 2위 현대캐피탈(23승6패)의 2006~07 프로배구 정규리그 우승 다툼에 끼어 든 3위 대한항공(19승10패)의 속이 탄다. 문용관 감독이 털어놓는 ‘새우’의 아픔을 살펴본다.
“남의 싸움에 끼어 들 여력이 없다.”
문 감독은 14일 대전 삼성화재전을 앞두고 한숨부터 쉬었다. “왼쪽 주포 신영수의 허리 통증이 심각합니다. 용병 보비도 무릎이 안 좋아요. 플레이오프 1차전(17일)이 코앞에 닥쳤는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1년 농사를 마무리할 때인데 말이죠.”
대한항공이 삼성화재에 지면 정규리그 1위는 삼성화재의 몫이다. 이 경우 삼성화재는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고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현대캐피탈보다는 삼성화재와 만나는 게 오히려 승산이 있다”던 문 감독의 구상과 어긋나는 상황이다.
“삼성화재와 싸우면 좋지만 글쎄…”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와의 상대전적이 1승4패, 현대캐피탈과는 2승4패다. “조직력의 삼성이나 높이의 현대나 둘 다 벅찬 건 사실이죠. 그러나 우리가 싸우기에는 삼성이 조금 더 낫죠. 높이에서 앞서니까요.” 그러나 총력전을 펼치자니 플레이오프 1차전이 불과 3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걸린다.
문 감독은 “어떡해야 실리를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주위에서는 대한항공이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 말하지만 문 감독은 고래 싸움에 낀 새우의 신세라는 느낌이다.
삼성화재 ‘설마’ vs 현대캐피탈 ‘혹시’
‘새우’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래’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쁘다. 삼성화재는 설마 하면서도 대한항공에 절대 질 수 없다며 이를 악물고 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의 반란(?)을 기대하며 상무전(14일)을 벼르고 있다.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이기면 점수득실률을 통해 1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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