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만 들쭉날쭉하지 않아도 책값을 더 떨어뜨릴 수 있을 텐데…….”
얼마 전 만난, 연간 1,000억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한 온라인서점 홍보담당자의 말이다. 또 다른 대형온라인 서점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자동포장기계 2대를 들여오려 했으나 기계를 테스트한 결과,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 포기했단다. 때문에 하루 9만 권이나 되는 도서를 300여명의 직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포장하고 있다.
기계를 이용한 자동포장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형(異形) 도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책마다 사이즈가 제각각 이어서 기계로는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판매순위 1, 2위를 차지하는 학습서, 아동도서가 특히 큰 골치거리다. 아동도서의 경우, 시장이 커지면서 출판사들이 이색 판형 도서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책을 광고하기 위해 띠지를 두르고 장난감, 학습기구 등의 부록까지 포함시키면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공정자동화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자동화의 어려움은 포장 공정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비교적 자동화가 잘된 분류 공정도 최근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책의 지질이 고급화하고 코팅이 두꺼워지면서 분류 기계가 책의 바코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있는 것이다. 기계가 읽지 못하는 15% 가량의 책은 다시 손으로 분류해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서유통업체가 이를 시정할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더 크고 더 튀어보이고 더 화려해보이는 책을 만들겠다’는 출판사의 욕심을 막을 법적근거도 없다.
주문한 다음날이면 책 배송을 가능하도록 하고 단 한 권의 책이라도 무료 배송하겠다는 온라인서점의 배송 경쟁이 불붙은 상황에서, 포장과 분류를 둘러싼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또 다른 책값 거품 논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일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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