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여, 만족함을 알고 돌아가라"… "공세수위 조절해달라" 우회 압박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이요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라, 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이니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라.’(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계산은 땅의 이치를 꿰뚫었도다. 전쟁에 이겨 이미 공이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라노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본협상에서 우리측 농업협상팀이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지은 한시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의 원문과 영역본을 최근 미국 협상단에 건넨 사실이 12일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삼국사기에 실린 이 시는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양제의 명으로 고구려를 침공한 우중문에게 ‘이제 그만 만족함을 알고 돌아가라’고 충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한미FTA 8차 협상에서 쇠고기와 오렌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미국측의 거센 개방 요구에 직면한 우리측 협상단이 을지문덕 장군의 시를 전한 것은 농산물 분야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 양보안을 내놓았으니 미국도 공세 수위를 조절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한시를 동원한 우리측의 우회적인 압박 전략에도 불구하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235개 민감 품목 대부분을 포함해 280개 품목 정도가 미합의 상태”라며 “미국은 ‘예외없는 관세 철폐’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협상 상황을 전했다. 이에 따라 농업분과 협상은 19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고위급(차관보) 협상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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