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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경제를 움직이는 세 개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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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경제를 움직이는 세 개의 손

입력
2007.03.1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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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움직이는 세 개의 손이 있다.

먼저 ‘보이지 않는 손.’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다른 이름은 ‘가격’이다. 가격에 의해 수요ㆍ공급이 적절히 조절되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논리다. 이 손을 발견한 이는 18세기 애덤 스미스다. 경제학의 위대한 업적임에 틀림없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많은 신봉자들은 외치고 있다. ‘그냥 맡겨둬. 시장이 알아서 할테니!’

두 번째는 ‘보이는 손’이다. 이 손의 소유자는 정부다. ‘보이는 손’이 등장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생각’만큼 전지전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맡겨둔 시장엔 독과점과 빈부차가 나타났다. 한쪽에선 물건이 안 팔려 재고가 가득 쌓여있는데도, 다른 한쪽에선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이 늘어갔다.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회의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20세기 위대한 경제학자 존 케인즈는 정부의 시장개입, 즉 ‘보이는 손’을 고안해냈다.

정부는 더 이상 시장의 방관자가 아니었다. 룰(규제)을 만들고, 돈(재정)을 투입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힘을 쓰지 못했던 공공재, 그 중에서도 복지쪽에 적극 개입했다. ‘시장에 맡겨!’란 구호는 ‘시장만 믿을 수는 없어!’로 바뀌었다.

세 번째 손은 ‘따뜻한 손’이다. 이 사랑스런 손은 기부를 말한다.

사실 ‘보이는 손’도 문제해결엔 역부족이었다. 재정 때문이다. 아무리 국민세금을 걷고 빚(국채)을 내도 복지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다. 담세계층의 저항은 커지고, 과도한 채무는 재정정책을 마비시켰다.

‘따뜻한 손’은 위력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보이지 않은 손’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함들, ‘보이는 손’ 역시 재원부족으로 풀기 힘든 부분들을 적잖이 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기부는 그냥 도덕적 선행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경제행위다. 장애인 노인 결손아동에 대한 기부는, 이들에게 지원되어야 할 정부예산부담을 그만큼 덜어주는 ‘재정대체’역할을 수행한다. 학교에 대한 기부, 에이즈퇴치를 위한 기부, 과학영재육성을 위한 기부도 마찬가지다. 기부는 세금을 내는 것 못지않게 자발적 소득재분배 효과를 내는 것이다.

지난 주 미국 경영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의 부자명단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렌 버핏은 올해도 부동의 1,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최고갑부 외에, 최고액 기부가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재를 털어 빌&맬린다 공익재단을 만든 빌 게이츠는 수 년 내 자선사업가로 변신할 것이라고 한다. 워렌 버핏은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전 재산의 80%를 이 재단에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자본주의의 꽃인 벤처드림과 월스트리트가 탄생시킨, 그래서 가장 자본주의적일 수 밖에 없는 두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재산을 사회에 내놓고 있다는 사실은 ‘기부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자본주의적 행위’임을 말해준다. 기부를 연말 사진촬영용이나 스캔들 무마용 정도로 활용하는 한국의 재벌, 갑부들과 너무도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애덤 스미스(보이지 않는 손), 존 케인즈(보이는 손), 그리고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따뜻한 손)이 머리를 맞댄다면 한국경제 해법도 찾지 못할게 없다.

산업부 이성철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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