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史 첫 지구밖 거주영역 확대…화성개척 전초전
*IT·로봇 등 기술력으로 '달 현지자원 활용' 등에 동참
*안보·산업적 이익 막대…천문학적 예산마련이 숙제
15세기 지구 대항해에 나선 탐험가들은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반대에 맞서야 했다. 그러나 신세계 개척은 성공했고, 탐험가에게 설복당했거나 속아서 그들을 후원했던 왕권은 결국 식민지 확장을 통해 국제패권을 장악해갔다.
수백년이 지나 인류는 지구 밖 행성을 개척하기 위한 대항해의 닻을 올리고 있다. 탐사를 넘어 식민지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공상과학의 영역에 머물던 달과 화성에서의 거주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제 실현가능한 비전으로 고려되고 있다.
21세기‘우주 대항해’의 시대에는 우리나라도 주역이 될 수 있다. 11일 항공우주연구원이 달 기지 건설과 행성탐사를 위한 국제공동프로젝트 추진을 발표(본보 12일자 2면)함에 따라 30~50년 뒤 우리나라도 당당히 포함된 행성 개척의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
● 행성 식민지 시대를 향하여
21세기의 달 탐사는 행성 개척이라는 보다 원대한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미국은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우주탐사비전’ 발표로 이를 명시했다. ‘달, 화성, 그리고 그 너머(Moon, Mars, and Beyond)’라는 프로젝트의 별칭이 말해주듯 화성 개척의 전초기지로서 달에 영구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과거 아폴로호는 우주인 2명이 달에서 이틀간 머물며 달 표본을 채취하고 조사하는 데 그쳤지만, 2020년 달에 착륙할 우주인은 사람이 상주할 기지 건설임무를 수행해 최종 2024년께 4명이 6개월간 체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인류 문명사 5,000년, 우주개척사 50년 만에 인류가 거주 영역을 지구 밖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첫번째 시도다. 100년 뒤일지 20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화성에 인류가 정착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미래의 화성인들은 자신의 시조를 21세기 초반의 우주인으로 꼽을 것이다.
세계 각국도 1970년대에 이은 제2의 달 탐사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하반기 중국 최초로 달 선회 위성 ‘창어(嫦娥) 1호’를 발사하고 2012년 달 착륙, 2017년 달 착륙 후 지구귀환을 실현할 계획이다. 일본의 ‘셀레네’, 인도의 ‘찬드라얀’ 등 달 탐사 위성 발사도 잇따른다. 러시아는 30년간 중단했던 달 탐사 프로젝트를 재개, 2012년 ‘루나 글로브’라는 달 탐사 우주선을 보낼 계획이다.
● 한국 어떻게 참여하나
우리 발사체로 위성을 궤도에 올린 경험조차 없는 우리가 행성에 눈을 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 미래의 국가이익과도 무관치 않다. 항우원 백홍렬 원장은 “지리적 발견 시대에 무모하게 모험한 나라와 제한된 한도 내에서 참여한 나라들은 저마다 투자한 만큼 챙겨갔다”며 “행성 탐사가 가져올 안보적, 산업적 이익을 생각하면 지금 발이라도 담가놓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실적 한도 내에서 우리가 달 기지 프로젝트에 참여할 여지는 적지 않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달 기지 계획 초안을 발표하면서 ▦우주선 ▦우주선 밖 활동(EVA) 시스템 ▦항해·통신 설비 등은 직접 수행하되 다른 국가에 대해선 ▦동력 ▦달에서의 이동수단 ▦달 현지자원 활용 ▦각종 자동화설비 개발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가 염두에 두는 분야는 ‘달 현지자원 활용(In-Situ Resource Utilization·ISRU)’이다. ISRU란 기지 건설과 생존 유지를 위해 달 현지에서 자원을 조달하는 기술을 말한다. 필요한 모든 물건을 지구에서 보급 받으려면 수백기의 우주선을 띄워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테네시대 래리 테일러 교수는 달의 토양에 적절한 열을 가하면 단단한 벽돌이나 유리판을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게 바로 단적인 사례다. 또 달에 혹시 있을지 모를 얼음을 분해해 호흡할 산소와 마실 물을 얻고, 우주선 연료를 마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ISRU에는 자동으로 작동되는 로봇기술이 핵심이다. 때문에 정보기술(IT), 통신, 로보틱스 등에서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가 뛰어들만하다. 백 원장은 “ISRU 기술의 경우 한국이 기술력이 있는데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어서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 천문학적 예산이 걸림돌
NASA는 달 기지 건설 비용만 1,040억 달러(약 100조원)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탐사 전후 개발비용을 모두 합치면 1,000조원 규모의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이 국제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도, 우리나라가 지레 돈 걱정이 앞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백 원장은 “인구 한 사람당 우주개발 예산으로 미국은 연 60달러, 일본과 프랑스는 각 20달러를 투자하지만 우리나라는 6달러에 불과하다”며 “최소한 10달러 수준은 투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변했다.
행성 개척은 50년, 10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비전이다. 차세대 에너지 개발을 위한 국제 핵융합로(ITER)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그 때쯤이면 달 기지나 화성 거주가 사치스러운 탐험과 연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국가 존립의 문제일 수도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사진=美 항공우주국(NASA) 제공
■한국의 우주개척 어디까지 왔나-15년간 지구밖 1,000㎞까지 도달…내년 정지위성 발사땐 3만6,000㎞까지 확장
우리나라는 지난 15년 동안 지구로부터 1,000㎞ 밖 우주까지 나아갔다. 1992년 위성 우리별 1호를 첫 발사한 이래 과학위성 4기, 실용위성 2기를 외국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내년에야 우리가 개발한 첫 정지위성(통신해양기상위성)을 쏘아 우주개발의 영역이 고도 3만6,000㎞로 확장된다. 우리 발사체(KSLV-1)로 띄워올리는 것도 내년이 처음이다. 발전 속도로 보면 초고속이다. 정부의 우주개발기본계획에 따르면 2015년이면 1.5톤급 위성을 독자 발사할 능력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독자 발사체조차 없이 1,000㎞ 고도에 머물러 있는 우리가 38만㎞ 떨어진 달이나, 줄잡아 평균 궤도가 1억㎞(지구-화성간 거리는 5,500만~3억9,900만㎞)인 화성으로 눈을 돌리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이는 “얼마나 높이 띄울 수 있느냐”는 기술적 한계일 뿐만 아니라 “우주개발을 어떻게 여길 것인가”하는 발상의 한계이기도 하다.
2015년 시한의 정부 계획은 당장 써야 할 발사체와 위성의 ‘개발’에 치우쳐 있다. 30년 뒤를 염두에 둔 장기 비전이나 과학적 탐구에는 미처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셈이다.
지난해 정부는 수정된 우주개발중장기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15년 독자적인 우주개발능력 확보와 세계 10위권 진입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8년 뒤부터 우리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때다.
김희원기자
■美의 달 기지 건설계획-NASA '우주탐사비전'내년 로봇 보내 달 표면탐사…2020년까지 영구기지 건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탐사비전’에 따라 2020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다시 보내 2024년까지 영구기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지의 위치는 달의 극지역, 그 중에서도 북극의 분화구 안이 유력하다. 수직으로 한 달에 한번 자전하는 달의 극지방은 햇빛을 줄곧 받을 수 있어 기온이 영하 50도로 온화한데다(극지방 외에는 영하 180도에서 영상 100도까지 기온차가 크다) 분화구 안에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NASA는 내년부터 로봇을 먼저 보내 달 표면을 탐사하고 기지 후보지를 확정 짓게 된다.
NASA는 지난해 기존 우주왕복선을 대체할 차세대 발사체(Crew Exploration Vehicle·CEV)를 공개, 2012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달에 가는 우주인과 발사체·착륙선은 따로 발사된 후 지구궤도에서 결합해 달로 향하게 된다. 우주인들은 4명씩 달에 7일간 머무르며 기지를 건설하고, 최종적으로 6개월간 머무는 기지건설이 목표다.
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달 현지의 자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음용수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달에서 얼음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또 우주공간에서 자랄 수 있는 작물을 개발, 달에서 음식을 자급해야 한다. 태양풍과 강력한 방사선, 간혹 있을 수 있는 운석의 낙하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도 절실하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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