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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일화' 국내 처음 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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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일화' 국내 처음 완역

입력
2007.03.1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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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와 쌍벽 아라비아 판타지…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원전

흔히들 아라비아 문학의 정수로 알고 있는 <천일야화> . <아라비안 나이트> 라고도 불리며 성인용, 어린이용 등 다른 판본으로 번역돼 나오고 있는 판타지 문학의 보고다. 그와 쌍벽을 이루는 <천일일화> 는 그러나 그 동안 거의 빛을 보지 못했다. <천일일화> 가 국내 최초로 번역돼 나왔다(서교출판사).

<천일야화> 가 여자를 불신하는 왕을 설득하는 이야기라면, <천일일화> 는 남자를 혐오하는 공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유모의 이야기다. 남자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에 일체의 결혼을 거부하는 카슈미르 공주를 설득할 요량으로 매일 아침 목욕 시간마다 들려주는 이야기를 쭉 모은 것이다. 고약하고 비열한 남자만 있는 게 아니라, 너그럽고 충실한 남자도 많다는 사실이 그 과정에서 은연중 전달된다.

‘천일(1001)’이란 동양권의 작가들에게 1001을 뜻하기 보다 ‘무수히 많다’는 의미다. 여기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3가지로 대별된다. 운명의 장난, 사랑의 열정, 기적. 등장 인물의 특징으로 봤을 때도 3가지로 대별된다. 덕성스런 주인공들이 펼치는 이야기, 이 세상에 영원한 행복이란 결코 없다는 이야기, 막강한 권력을 가진 왕들의 이야기 등이다.

이 일화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 그러나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끝없는 상상력과 신비의 동서양 중세 문화가 버무려진 이원론적 판타지다. 알라의 뜻을 거스르는 불충한 정령, 알라를 좇는 착한 정령, 인간의 모습을 한 초자연적 존재가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환상을 엮어간다. 땅 전체에 마법을 걸 수 있는 여자 마법사, 마술사에 버금가는 철학자 등 초월적 인간들과 함께 이슬람교적 소재들이 섬세한 환상을 직조해 간다.

애첩과 각국의 시녀를 거느린 막강한 군주, 밤낮 그녀들을 지키는 흑인 내시, 인도의 직물, 페르시아의 진주, 산해진미…. 상상력을 비웃는다. 간혹 국내 상연되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의 원전으로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빼어난 미모를 지녔으나 무수한 왕자들을 물리치는 투란도트 공주는 바로 작품 속의 공주다.

스승과 제자의 공동 번역이란 점도 이채. 대학 사제지간인 불문학 전문 번역가 강주헌, 유정애 씨가 불어판을 나눠 옮겼다. 강 씨는 “이야기체여서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다”며 “액자소설이라는 특수한 구조에서 오는 단절감을 유려하게 처리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번역판이 향후 어린이용 판본 등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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