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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뉴트렌드 'UCC이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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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뉴트렌드 'UCC이력서'

입력
2007.03.1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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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진씨 UCC 이력서 만들기

*취업박람회 'UCC존'서 화상카메라로 자기소개

*공들인 2분짜리 동영상 즉석서 채용 홈페이지에

화장을 곱게 한다. “살짝 볼 터치만 해주세요.” 취업준비생 김혜진(24ㆍ여)씨의 주문에 메이크업 전문가의 손길이 섬세해진다. 미리 쓴 자기소개서는 아무래도 딱딱하다. 줄을 긋고 지우고 덧붙이더니 다소곳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는 연습을 한다. “떨려요.” 그가 전신거울 앞에서 옷맵시를 가다듬고 들어선 곳은 면접장이 아니라 작은 칸막이 책상이다.

그곳엔 화상카메라(웹캠)가 달린 노트북이 놓여 있다. 웹캠을 눈높이로 맞추고 차근차근 자신을 소개한다. 낯설지만 진지하다.‘눈매가 맘에 안 들어, 얼굴이 크게 나와, 발음이 새’ 녹화를 멈춘다. 이마엔 땀이 맺혔다. “시선처리나 목소리에 신경이 쓰여요.” 다시 웹캠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공들여 만든 2분 남짓 동영상(UCCㆍ사용자제작콘텐츠)엔‘식품공학 분야의 인재가 되고 싶다’는 제목을 달았다. 김씨는 UCC 이력서를 즉석에서 채용 홈페이지(openjob.or.kr)에 올렸다. 채용담당자가 자신의 UCC를 보고 ‘러브 콜’해주는 기대도 품었다.

충북 음성군에 사는 그는 1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박람회에 들렀다가 엉겁결에 UCC 이력서를 제작했다. 소감이 왜 없을까. “카메라만 보고 말하려니 면접보다 어렵고 쑥스러워요.”

취업도 뉴미디어 시대다. 12일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선 ㈜취업포털 커리어 주관으로‘2007 상반기 경기도 열린 일자리 한마당’이 열렸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직접 동영상 이력서를 만드는 ‘UCC존’이었다.

20~30대 구직자들은 너도나도 화상용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웹캠 앞에 앉았다. 경력과 인생관을 맘껏 펼치다가도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 찍었다. 마치 셀프 CF를 찍는 듯 했다.

중년의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7년 가까이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송인철(47)씨는 “최소한 가족이나 지인은 내 동영상을 보고 열심히 일을 찾고 있구나 여길 것이고 스스로 자신감도 생길 것 같아서 어설프지만 UCC 이력서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100여명의 구직자가 UCC 이력서를 만들어 올렸다.

흥미롭지만 생소한 UCC 이력서가‘설마 취직에 도움이 되겠어’라는 의구심이 생길 터. 커리어 관계자는 “각 업체 인사담당자가 UCC 이력서를 검색한 뒤 마음에 드는 구직자의 전화번호를 클릭하면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UCC가 과연 취업패턴을 바꿀까. 구직자들의 생각은 엇갈렸다. 김은철(28)씨는 “외모 우선의 채용관행이 굳어질 것 같다”고 했고, 신모(24ㆍ여)씨는 “소개서도 잘 안 읽는데 내용이 엇비슷한 몇 분짜리 동영상을 일일이 보겠느냐”고 되물었다. 반면 대학생 박찬일(26)씨는 “기업의 채용 마인드만 바뀐다면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UCC 이력서가 넘쳐 날 것”이라고 했다.

휴대폰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덜덜 떨거나 쩔쩔 매는 구직자도 보였다. 이들은 이 달부터 전국 서비스를 시작한 휴대폰 영상통화(HSDPA)를 통해 인사담당자와 화상면접 중이었다. 손바닥만한 휴대폰을 향해 웃고 더듬거리고 영어로 자기 소개하는 모습이 이목을 끌었다. GS건설과의 영상통화 면접을 한 조유연(28)씨는 “조그만 화면만 보려니 집중이 잘 안되지만 전화라 그런지 보다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TF는 이날 대우일렉 등 6개사와 박람회 현장에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을 설치한 뒤 모의면접을 실시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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