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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애·중학 중퇴 학력…'구두닦이 강사' 한대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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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애·중학 중퇴 학력…'구두닦이 강사' 한대중씨

입력
2007.03.1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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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나의 행운"

12일 오후 전남도청 지하 1층 구두수선방. 3평 남짓한 이 곳에 들어서자 구두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잠시 후 코신경이 무뎌질 쯤 이번에는 모든 신경이 눈과 귀로 쏠렸다. 한쪽에서 유명 인사의 강연 녹음테이프가 쉴새 없이 돌아가며 '강연'을 하고 있었다. 방청객은 1명, 주인 한대중(51)씨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구두를 닦으면서도 진지했다.

전남도청에서 16년째 구두를 닦는 그는 매일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강연 테이프를 듣는다. "최고의 (인생)동기부여 강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사실 그는 지난해 8월 '구두닦이 강사'로 데뷔했다. 검정고시 출신 동문 앞에서 자신의 구두닦이 인생을 소재 삼아 '행복한 삶'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지난달에는 전남도와 일선 시ㆍ군 공무원들을 상대로 인생 강의를 해 호평을 얻었다. 이후 그의 휴먼스토리와 활발한 사회봉사활동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무조정실과 전남 장성군의 '장성아카데미'에서 강사로 초빙하겠다고 요청을 해왔다. '구두닦이 강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구두닦이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다. 12남매 중 장남인 그가 구두통을 든 것은 15세 때인 1974년 8월. 당시 광주 모 중학교 1학년이던 그는 납부금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기말 시험도중 담임교사에게 시험지를 빼앗겼고, 그 충격으로 학교를 그만뒀다.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빚보증으로 가족들이 거리로 나앉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컸던 그는 "구두를 닦으며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는 친구의 권유로 구두닦이의 길로 들어섰다. 낮에는 구두를 닦고 숙식은 광주직업소년원의 신세를 지며 주경야독 7년 만인 81년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했고 87년 대입 검정고시까지 통과했다.

"저는 어렸을 때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가 있었고, 머리도 미련했습니다. 게다가 가난하기까지 했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실제 그는 타고난 재능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고, 항상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했다.

매달 4권 이상의 책을 읽고, 남들이 못하는 사회봉사활동에 헌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8년째 2주에 1번씩 하는 헌혈봉사를 비롯해 독거노인과 소년ㆍ소녀가장돕기, 환경운동 등 그가 몸소 실천하는 봉사활동만 무려 10가지다. 말 잘하는 강사가 되기 위해 목포대 사회교육원 화술반에 입학, 2년째 수업도 받고 있다.

그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저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다"며 "강의 때 인생에서 성공은 끝없는 학습의지와 노력, 열정, 그리고 실천하는 행동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애쓰겠다"고 말했다.

무안=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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