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범죄심리학자에 따르면 어떤 방화범은 불을 낸 뒤 자신이 화재신고를 하고 화재현장이 어떻게 진압되는지를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11, 12일 전국 각지에서 몰린 '떴다방' 들과 청약자들의 밤샘 줄서기로 투기 광풍의 몸살을 앓은 인천 송도 '코오롱 더 프라우' 오피스텔 청약 현장을 보면 마치 '고의 방화'에 의한 화재현장 같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모델하우스 앞에는 11일부터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줄서기가 시작됐고 청약일인 12일에는 1만5,000명의 청약 대기자들이 순식간에 모델하우스 안으로 몰리면서 크고 작은 몸싸움이 일어났다. 청약접수가 중단되는 불상사가 빚어진 것은 당연지사.
이 오피스텔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최고 40% 이상 싼데다, 전매제한을 받지 않아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단기 시세차익이 가능해 청약현장에는 투기세력이 몰릴 것으로 우려됐다. 현장 청약으로 인한 과열이 예견됐던 셈이다.
분양 전 통상 수차례 사전 마케팅을 하는 건설사도 이만한 청약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치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청약 분위기를 한껏 띄워보려는 코오롱건설은 현장 청약만을 고집, 수일간 밤샘 줄서기의 고통을 강요했다.
정부는 문제가 커지자 오피스텔 인터넷 청약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고 시공사도 인터넷 청약으로 전환키로 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은 이미 투기 광풍이 휩쓸고 간 후다.
한동안 잠잠했던 분양 시장이 건설사의 잘못된 '투기 방화'로 인해 또 한차례 들끓을 뻔했다. 각종 대책으로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안도해온 정부도 이번 사태를 시장의 불안요인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태훤 산업부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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