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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의 나의 뮤지컬 이야기] <1> "김자옥 누나에 100만원 빌려 뮤지컬 인생 레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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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의 나의 뮤지컬 이야기] <1> "김자옥 누나에 100만원 빌려 뮤지컬 인생 레디 고!"

입력
2007.03.1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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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열정으로 빚어낸 첫 연출작 'LUV'

*찜통 극장 관객 위해 아이스케키 돌린 기억도

요즘 우리 공연계에 뮤지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춤과 노래를 즐기는 우리민족의 특성과 잘 어울리는 장르이다 보니 당연한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전국 동네마다 노래방이 있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는가.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외뮤지컬이 속속 한국에서 공연되었고, 대학로 소극장을 중심으로 우리의 창작 뮤지컬들도 왕성하게 제작되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뮤지컬 편수가 115편(뮤지컬협회 집계)이면 미국의 브로드웨이와 영국의 웨스트엔드와 함께 서울은 뮤지컬 3대 도시쯤 되는 셈이다.

나는 얼마 전 3년 동안 진행했던 MBC라디오 <여성시대> 까지 중단하고 뮤지컬 <대장금>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시장을 목표로 작품을 만들면서 10년 전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고 <난타> 를 제작하던 때의 설레임과 긴장, 흥분을 다시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28년 전인 1979년 나의 첫 뮤지컬 제작, 연출 공연이었던 가 떠올려 진다.

1961년 예그린의 <살짜기 옵서예> 로 시작된 한국 뮤지컬은 1968년 동랑레퍼토리의 <포기와 베스> , 1973년 극단 가교의 <철부지들> 로 이어졌고 현대극장이 1977년 <빠담 빠담> 을 무대에 올렸다. 제작편수는 몇 편 되지 않았고 관객도 뮤지컬 보다는 연극 관람을 더 선호하던 시절이었다.

어려서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한 나는 10대의 청소년기에 라디오 심야음악방송을 들으며 자랐고, 영화로 본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대학 연극부 시절인 1977년 를 연출하며 뮤지컬과 첫 인연을 맺었고, 그 공연은 대학극 사상 유례없는 지방공연까지 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신촌의 한 모퉁이에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76 소극장’을 만들었고, 소극장운동이 활발하던 시절 나는 대학까지 중퇴하고 그 집단에 뛰어들어 배우로 활동하면서 첫 연출작으로 뮤지컬 를 무대에 올렸다. 머레이 쉬스갈 원작, 오태석 연출의 연극 를 드라마 센터무대에서 본 나는 그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다.

당시 주머니들을 털어 100석 정도의 소극장에서 연극 한편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뮤지컬 제작은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열정과 욕구는 못할 일이 없었다. 우선 그 당시 최고의 TV 스타였던 김자옥 누나에게 100만원을 빌려 제작을 시작했다. 각색과 연출은 내가 직접 했고, 작곡은 당시 통기타 듀엣 ‘ 4월과 5월 ’의 멤버였던 백순진 형에게 부탁했다. 안무는 당시 이화여대 무용과 학생이었던 한국무용가 김명수씨가 맡아주었고 연주는 키보드, 기타, 드럼의 단출한 3인조 밴드였다.

이인철 기주봉 조주미 3명의 배우가 거의 5개월동안 땀 흘리며 연습을 했고, 기획 일도 참 열심히 했다. 극단 사무실도 없던 시절이라 극장 옆 여관방을 빌려 기획실을 차려놓고, 새벽이면 조를 짜서 종로 신촌 명동으로 풀통을 들고 포스터를 붙이러 다녔다. 기획하던 한 친구가 이대 정문에 페인트로 를 그려놓아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

극장에 에어컨이 없던 시절이어서 공연중에 어찌나 더웠던지 1막이 끝나고 나서 배우들 의상을 짜면 물이 줄줄 흘렀고, 관객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 손부채로 땀을 식혔다. 그 찜통 속에서도 공연을 끝까지 지켜보는 관객들이 너무 고마워 극장 옆 가게에서 아이스케키를 사다가 하나씩 돌렸던 기억도 난다. 이렇게 나의 뮤지컬은 시작됐다.

/PMC 프러덕션 대표 × 명지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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