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여자, 박해미. 그녀에 대한 등장인물 소개는 이렇다. ‘ 야무지고 똘똘하고 싶어하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가진 여자.’
그녀는 스스로가 밖에서는 유능한 의사이며, 집에서는 사랑 받는 아내, 훌륭한 어머니, 귀여움 받는 며느리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 인정 받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모두가 무서워하는 시아버지 앞에서 자기 주장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며, 시부모가 시킨 일을 하더라도 “오케이~”라고 스스로 최종 결정하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서,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줄 때도 “제 생각은 이게 아니니까 나중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토를 단다.
그녀는 이처럼 발칙한 태도 탓에 시어머니에게 ‘싹퉁 바가지’로 찍혔지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비난 앞에서도 시원스럽고 당당하다. 가족 내에서 유일한 천적인 시동생 민용이 듣기 싫은 소리를 던지면, 그녀는 “세상 사람 전부가 다 너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거야. 괜찮아, 박해미. 힘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 테니까”라고 자위한다.
박해미의 드라마 속 캐릭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른바 ‘쿨’한 성격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녀가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여자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명예퇴직 후 집에서 주식 투자를 한답시고 돈이나 까먹는 남편과 함께 하면서도 바가지 긁지 않는 것은 물론, 바람 잘 날 없는 대가족의 중심으로 당당히 제 역할을 하는 그녀를 미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드라마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남성에게 의존해, 아껴쓰면서 열심히 살림만 하면 되던 시대는 끝났다. 전업주부라도 이제는 가정경제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은 남편과 함께 의논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혹시나 아직도 재테크나 경제라는 말만 들으면 머리가 아픈 여성이라면 이것 하나만 기억해두자. 재테크의 달인들은 뛰어난 수학자가 아니었으며, 경제는 주부들이 날마다 보는 장 바구니 안에도 담겨 있다.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경제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미인이 될 수 있다.
한정 대우증권 압구정지점 차장ㆍ재테크 칼럼니스트
*이번 주부터 연재하는 '여자를 위한 머니토크'의 필자 한정 차장은 9년째 증권가에서 프라이빗 뱅커로 일하면서 모네타 여성조선 등 여러 온·오프라인 매체에서 왕성하게 재테크 칼럼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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