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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연구회 '역사와 고구려·발해 드라마' 세미나 / "비류·온조도 주몽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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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연구회 '역사와 고구려·발해 드라마' 세미나 / "비류·온조도 주몽 아들"

입력
2007.03.1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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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몽> 에서 절친한 친구 사이로 설정됐던 해모수와 금와는 사실 일면식도 없었다.”

<주몽> (MBC) <연개소문> (SBS) <대조영> (KBS) 등 방송 3사의 고구려·발해 드라마 내용 중 상당 부분이 객관적 사료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 동안 비슷한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역사를 전공한 전문가들의 모임 고구려연구회(회장 한규철 경성대 교수)가 학술세미나를 통해 그 같은 문제점을 다룰 예정이다. 세미나 <역사와 고구려·발해 드라마> 는 19일 오전 10시부터 대우재단에서 열린다.

◆“시청률 50%가 무색하다”

서길수(서경대) 교수는 지난 주 종영된 <주몽> 속 역사적 인물 및 상황 설정의 부정확성을 조목조목 짚는다. 서 교수는 먼저 <삼국사기> 의 기록을 빌어 북부여 왕이었던 해모수와 동시대 인물은, 금와가 아니라 그의 부친이자 동부여 왕인 해부루라고 지적한다. 금와를 해모수의 손자라고 서술한 <삼국유사> 를 참고하더라도 두 사람은 드라마에서처럼 친구 간이었을 리 없다는 것.

드라마에서 계루국 지배층인 소서노-우태의 아들로 묘사된 비류와 온조도 주몽의 아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이 설을 받아들인다면 주몽은 부여를 탈출한 뒤 졸본에 와서야 소서노를 처음 만났을 것이며, 따라서 드라마 전반부의 큰 축을 이뤘던 부여의 왕자 대소와의 삼각관계는 성립할 수 없다. 서 교수는 또 주몽의 모친인 유화부인은 고구려 건국 후에도 14년을 더 살다가 사망하는 게 맞고, 극중에서 한나라와 결탁해 주몽에 대항하는 비류국 왕 송양은 사실 고구려 개국 공신으로 주몽과 사돈까지 맺었다고 말한다.

인물 관계뿐 아니라 고구려의 정복 활동도 시기적으로 모순이 적지 않다. 서 교수는 “드라마에선 주몽이 기원전 40년께 진번과 임둔을 정벌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사실 두 세력은 주몽이 태어나기도 전에 멸망했다”고 꼬집는다. 한나라가 옛 고조선 지역에 설치한, 한사군 중 하나였던 현도군이 기원전 82년에 이미 임둔·진번을 병합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

한편 서 교수는 드라마 제목이 <주몽(朱蒙)> 이 아니라 <추모(鄒牟)> 여야 했다고 지적한다. 광개토대왕비를 비롯한 각종 사료에서 고구려 건국자 이름을 ‘추모’라고 명기하고 있는데다, 비슷한 음을 딴 ‘주몽’은 ‘어리석은 난쟁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드라마가 단순히 재미를 넘어 국민의 역사 교사 노릇을 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최소한의 역사적 사실은 정확히 묘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적 재미를 위해 역사적 사실을 희생”

세미나에서는 아울러 <연개소문> <대조영> 의 극중 묘사와 사료의 불일치를 다룬다. <연개소문> 을 분석한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은 “이 사극에서 역사적 시간의 혼동이 지나치게 심하다”고 비판한다. 일례로 연개소문의 생애와 큰 상관이 없는 양광(수 양제)을 드라마 전반부의 주인공으로 삼고 이야기를 억지로 엮는 바람에, 연개소문 김유신 등의 생년이 실제보다 크게 앞당겨졌다는 것.

한규철 교수는 <대조영> 을 다룬다. 한 교수는 먼저 대조영과 의형제이자 심복 관계로 묘사된 걸사비우가 대조영의 부친인 걸걸중상과 동년배임을 알려주는 사료를 제시한다. 안동도호부 총독인 설인귀가 대조영의 맞수로서 실제 이상 과장되게 그려졌다는 것도 한 교수의 지적이다. 역사서인 <구당서> 에 따르면 검모잠이 고구려 부흥운동에 한창일 때 설인귀는 토번을 정벌하느라 평양을 비웠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고구려 멸망 과정에서 내재적 요인만 강조하다 보니, 당나라의 제국주의 야욕 등 외부적 요인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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