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새 통장을 선출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일전에 세대 확인을 위해 집으로 찾아온,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통장의 얼굴을 직접 본 적이 있는지라, 과연 어떤 사람들이 통장을 할 수 있는지, 공고문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우선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수당이었다.
월 20만원, 회의 수당 4만원, 고등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이었다. 흠, 나쁘진 않군, 하면서 지원자격을 계속 읽어 나갔다. 30세 이상 남녀. 오호, 딱 나군. 소설을 쓰다가 지치면, 민방위소집통지서나 취학통지서를 들고 바람을 쐬는 거야.
아예 이 기회에 전국의 모든 소설가나 시인들을 통장으로 취임시키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양반들이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니, 흠흠, 좋아, 하면서 공고문을 계속 읽어나가다가 맨 마지막 문장에서 턱, 그만 모든 기대를 접고 말았다.
안보관이 투철한 자. 아아, 이게 문제였구나. 이래서 나 같은 사람들이 통장이 못 되는구나. 한데, 그것 참 의문이다. 안보관이 투철한지, 그렇지 않은지, 어떻게 판별할 수 있지? 웅변을 하나? 이래저래 통장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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