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람 기지와 체니 체류장소는 떨어진 곳 빈곤층에 일자리 줘야 극단세력도 사라져"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하다 폭탄테러로 사망한 고 윤장호(27) 하사에 대해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의 사망은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방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고 윤장호 하사 영결식이 치러진 지 나흘만인 9일 주한아프가니스탄 대사관에서 만난 나키블라 하피지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대리는 “윤 하사는 사고 당시 바그람 미군기지 바깥에 있었고 항상 해오던 대로 기술교육을 받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안내 중이었다”며 “윤 하사의 죽음은 체니 부통령의 방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피지 대사는 “윤 하사의 일은 그가 늘 해오던 일상적인 업무”라는 점을 전제로 “설사 한국군이 체니 부통령의 방문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윤 하사의 생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폭탄 테러로 숨진 윤 하사가 있던 바그람 기지는 당시 체니 부통령이 체류했던 곳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었고, 윤 하사 사망 후 다섯 시간이 지나서야 체니 부통령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카불에서 면담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체니 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방문은 궂은 날씨로 인해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늦춰진 것이라고 하피지 대사는 덧붙였다.
특히 체니 부통령의 방문을 한국군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미국 정부나 아프가니스탄 정부 모두 아프가니스탄의 정보 보안 및 치안 상태를 감안할 때 체니 부통령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에 그의 방문을 미리 알리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의 치안상태에 관한 질문에는 국토의 약 70% 정도는 안전하다고 자신하면서도 나머지 30%, 특히 남부지역과 파키스탄과의 국경지역은 아직도 매우 위험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아프가니스탄 치안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마약생산이라고 한다. 테러리스트들이 마약생산 및 밀수업자들을 지원하고 그들로부터 자금 등 여러 가지 지원을 받는다는 것. 하피지 대사는 “남부지역에는 마약 재배지가 몇 군데 있는데, 테러리스트들이 이 지역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아예 그 지역에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남부지역 일대의 치안이 불안한 것은 파키스탄 정부의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파키스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이 접하는 북부 지역에 존재하는 테러리스트 양성소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피지 대사는 “테러리스트 훈련소가 분명히 파키스탄 북부지역에 존재하고 있다”며 “파키스탄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리를 도와 주어야만 이 지역 테러의 원천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국제사회로부터의 투자, 특히 한국의 투자와 지원도 절실하다고 했다. 윤 하사가 맡았던 기술 교육생 안내에서 보듯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교육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테러리스트가 설 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빈곤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탈레반의 진실을 모르고 추종하기 때문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탈레반이나 테러리스트들이 주장하는 것을 옳다고 착각합니다. 특히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탈레반을 위해 일하게 됩니다.”
물론 하피지 대사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이 대 테러 소탕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인을 사살해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미군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남부지역에서는 미군의 민간인 사살에 항의하는 데모가 있기도 했고,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께서도 직접 유감을 표시했다”며 “심지어 국회에서도 상하원 모두 미군의 행동을 규탄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하피지 대사는 한국 기업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와서 국가 인프라 구축에서부터 일반 기술까지 모든 것을 필요로 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큰 비즈니스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아프가니스탄 투자를 권했다.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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