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류 중심으로…최고 美港으로…거듭 난다
#1. “배가 또 들어오네. 이번 달에도 벌써 목표 물동량 7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넘었네.” 동남아 환적을 위해 거친 물살을 헤치며 5만톤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들이 부산 신항으로 몰려온다.
세계 최고의 항만시설에다 원스톱(One-Stop) 물동량 처리시스템 등을 갖춘 덕에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매일 새벽 바닷바람을 가른다. 원자재가 들어오면 배후부지에 연결된 공장으로 옮겨져 완제품으로 나오고 곧바로 수출할 수도 있으니 물류경비도 크게 절감된다.
#2. 120층 타워에서 내려다 본 북항 야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무역 업무로 세계 곳곳을 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는 A씨조차 “이렇게 아름다운 항구는 본 적이 없다”며 황홀해 했다.
타워 내 외국인 전용주거 단지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날 오후, 국제무역센터와 컨벤션센터에서 다국적 기업 관계자들과 회의를 마친 그는 멋진 낮 풍경에 또 한번 놀랐다. 그는 해변가를 한가로이 거닐며 휴가기분을 만끽하다가 초대형 복합 쇼핑몰을 찾아 가족에게 줄 선물을 샀다.
10여년 후 달라질 부산의 모습이다. 부산항 신항사업(2011년 완공)과 북항 재개발사업(2020년 완공)이 완료되면 부산은 세계의 해양수도로 우뚝 선다. 신항으로 밀려드는 전 세계의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최고의 미항(美港)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무형의 막대한 부가가치는 상상을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대형 크레인이 솟구쳐 있는 부산항 신항. 총 9조1,542억원을 들여 30개 선석이 건설되고 있는 현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허허벌판에 가깝다.
“일주일에 배 1,2 대 정도만 들어오고 있어요.” 이날 신항만 현장을 둘러보던 삼성물산 건설부문 김형섭(48) 현장소장은 그래도 자신만만이다. “완전 개장 되면 중국 양산(洋山)항 등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며 “청계천이 서울의 얼굴을 바꿨다면, 신항은 세계 물류의 흐름을 분명 바꿔 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신항의 향후 물동량 처리는 765만TEU, 141만평의 배후부지에서 나오는 물동량만도 111만TEU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초 개항한 신항이 1년간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4만개로, 당초 목표치(80만개)의 29%에 불과하다.
신항의 경쟁상대는 세계3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중국 상하이항의 신항 격인 양산항이다. 2020년까지 500억위안(6조원)을 투입, 총 52개 선석이 들어설 양산항은 완공될 경우 3,000만TEU의 규모를 갖춘다. 양산항은 상하이와 연결한 ‘제2의 만리장성’ 둥하이대교(32㎞)를 활용해 세계1위에 등극한다는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물류의 블랙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항만시설 등 하드웨어측면에 승부를 걸기보다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처럼 배후부지를 활용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길광수(51) 연구위원은 “배후부지를 더욱 늘려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한 뒤 국내외 기업을 끌어올 수 있도록 다양하고도 파격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며 “신항과 북항의 관계설정, 물동량 창출을 위해 유치업종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전략이 뒤따라야 생산물류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항한 지 130년이 넘는 부산 북항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 당시 갑자기 불어 닥친 광풍(狂風)으로 엿가락처럼 휘거나 쓰러졌던 크레인 가운데 일부가 교체되긴 했지만, 여전히 항만장비 등 시설이 열악한 게 사실이다. 컨테이너를 실은 수 많은 트레일러 차량들이 곡예 하듯 비좁은 부두 안팎을 오가야 하고 크레인에서는 삐걱거리는 소음이 요란하다.
하지만 2020년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곳이 국제해양 관광ㆍ비즈니스 거점(총43만평)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120층과 100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 등이 들어설 국제교류ㆍ업무(3만3,000평) ▦초대형 쇼핑몰과 복합영상관, 다목적 야외공연장 등의 IT(정보기술)ㆍ영상ㆍ전시(3만7,000평) ▦실버 타운 및 외국인학교 등의 복합도심(4만9,000평) ▦아시아민속촌 등 해양문화(4만7,000평) ▦항만시설(3만4,000평) 등 5개 핵심지구가 들어선다.
북항 재개발에 따른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연간 관광객 수 1,800만명, 고용창출 12만명, 생산유발 효과만도 32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해양수도의 ‘실핏줄’ 역할을 담당할 각종 인프라 시설도 속속 건설된다. 2010년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공사가 한창인 거가대교(8.2㎞ㆍ1조4,469억원) 현장은 새벽부터 중장비 굉음이 요란하다. 2008년 남항대교(1.93㎞ㆍ3,550억원) 2009년 명지대교(5.2㎞ㆍ4,200억원) 2011년 북항대교(3.33㎞ㆍ3,815억원)가 완공되면 연간 4,000억원 이상의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다만 국제적 해양수도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국립해양박물관 건립이나 목도 관광자원화 등 문화관련 사업에 좀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아시안 게이트웨이·문화도시·U-City…7대 프로젝트 ‘레디 고’
부산시는 2020년을 부산이 해양수도로 등극하는 원년으로 보고 있다. 시가 지난 해 내놓은 ‘부산발전 2020비전’은 그 청사진이다.
해양수도는 크게 낙동강(항만ㆍ항공물류) 내륙(정보ㆍ금융ㆍ유통) 해양(해양과학ㆍ관광ㆍ영상) 등 3개 벨트로 구성되고, 이를 중심으로 아시안 게이트웨이(Asian Gateway), 동ㆍ서프로젝드, 문화도시, U-City,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 등 7대 사업이 진행된다.
우선 아시안 게이트웨이(Asian Gateway) 프로젝트는 도시, 항구, 철도가 일체화한 아시아의 새로운 관문을 만드는 사업이다. 북항 일대는 친수공간과 상업시설로 개발되고 주변에는 컨벤션센터 등을 갖춘 국제비즈니스 타운, 바다 택시(Water Taxi)ㆍ바다 버스가 다닐 해상대중교통터미널과 국내외 크루즈 전용터미널 등이 들어선다.
또한 ‘마린 테크노폴리스(Marine Technopolis)’에는 해양과학기술 클러스터 및 해양에너지의 실용화 자원 등을 연구, 개발할 기술센터 등이 지어진다. 항구뒷편에는 부산역이 자리잡고 있어 대륙철도의 시발이 된다.
동ㆍ서 프로젝트는 부산지역을 둘로 나눠 지역특성에 맞춰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영화관련시설이 집중된 해운대구와 기장군 일원 등 동쪽은 영화촬영소(60만평)와 관광테마파크(110만평)를 조성하는 등 관광 및 영화영상 거점으로 키워진다.
또 강서구를 중심으로 한 서쪽은 부산항 신항과 남부권 신공항 등을 추진해 동북아의 교통거점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은 2010년 세계 최초의 유비쿼터스 세계박람회, 2020년 부산올림픽을 유치해 부산 해양수도 등극을 기념할 예정이다.
김종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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