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가 5~6년 후에는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발언은 한국경제의 위태로운 현실에 대한 경고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올해 초 이 회장이 던진 일본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론과 맥을 같이 하는 주장이다. 발언의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지만, 다가올 위험을 미리 알리는 ‘잠수함의 토끼’처럼 경제 최일선에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기업인들의 위기의식을 솔직히 토로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 회장의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 바로 삼성전자의 심상치 않은 경영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가 “한국에선 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라고 내심을 털어놓은 생활가전 사업은 최근 몇 년간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새로운 캐시카우로 각광을 받아온 휴대폰 사업은 지난해 전년보다 28%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반도체 분야 역시 주력인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는 악조건이다. 2004년 한때 10조 7,900억원에 이르던 순이익은 그 뒤 감소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만큼 삼성전자는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삼성뿐 아니라 한국의 주력산업이 모두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선박, 석유 등 5대 품목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에 가깝다. 그러나 자동차는 지속적인 환율 하락과 노사문제로 내우외환의 몸살을 앓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선박과 석유화학은 중국의 맹추격으로 기술 격차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10년 불황에서 살아나고 있는 일본과 우리의 뒷덜미까지 따라온 중국의 추격은 지난해 대외수지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대일 무역적자가 253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대일적자를 상쇄하는 역할을 하던 대중국 흑자는 전년보다 9.9% 감소했다.
기업인들은 다가오는 위기징후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경제 실적에 대한 낯 뜨거운 자화자찬의 나팔을 멈추고, 주력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세우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발 벗고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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