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학생 오는 외고이지만 인성 교육에 더 역점 둘 것"
대학 총장 출신 ‘교장선생님’이 또 나왔다. 화제의 주인공은 1일 서울 한영외국어고 교장에 취임한 이택휘(68ㆍ사진) 전 서울교대 총장이다. 학교법인 한영학원은 앞서 전임 장모 교장의 사퇴로 공석 중이던 교장직에 이 전 총장을 내정하고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11명 이사 전원 만장일치로 교장 임용 안건을 승인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교대에서 총장을 지낸 이 교장은 현재 한양대 석좌교수와 국학원 원장도 겸하고 있는 상태다.
이 교장은 처음 법인 측의 교장직 제의를 받고 일언지하에 고사했다. 40년 이상 대학에 몸 담아 오던 터에 대학이 아닌 일선 고교로 간다는 것이 영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교장은 “법인의 요청이 거듭됐고, ‘대학 교육의 성패는 고교 교육에 달렸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일선 고교 현장에서 일해 보는 것도 뜻 깊어 보였다”며 마음이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고교는 대학과 다른, 그에게 또 새로운 세상이다. “대학생은 교수가 지도하지만 그 범위가 인격 형성의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합니다. 그러나 교사는 심신이 미완성 단계에 있는 고교생의 인성을 100% 가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요.” 이 교장은 앞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의 인성 교육에 가장 무게를 두겠다”고 말했다. 외고는 엘리트 교육이나 리더십 교육 측면에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우수 학생이 오는 곳이지만, 그래도 교육의 기본은 학생의 올바른 자아 형성을 돕는 데 있다는 생각에서다.
총장 또는 장관 출신 학자가 일선 고교 학교장으로 취임한 경우는 이외에도 여럿 있었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돈희 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가 대표적으로, 2003년 9월부터 지금까지 강원 횡성군 민족사관고 교장을 맡아 오고 있다.
박성수(전 전주대 총장) 서울 명지고 교장과 이달순(전 수원대 총장) 경기 계명고 교장도 이에 해당된다. 교수 시절부터 이미 세 교장과 오랫동안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이 교장은 “그 양반들이 이미 앞서 하는 바람에 더욱 용기를 얻었다”며 껄껄 웃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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