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CEO는 골프에서 운동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으려고 한다. 사려 깊은 CEO는 골프에서 비즈니스와 친목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한다. 연습장에서, 라운딩에서, 클럽하우스에서 CEO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진리는 과연 무엇일까. 골프에세이스트 방민준씨(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가 매주 월요일 연재할 ‘골프에서 배우는 경영’은 CEO들에게 골프의 새로운 의미를 던져줄 것이다.
○…‘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위해 꼭 골프를 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골프를 못한다고 CEO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며, 골프와 담을 쌓은 훌륭한 CEO도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CEO들이 골프를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프 특유의 무한한‘무용(無用)의 유용성 (有用性)’ 때문이다.
건강 증진과 여가 활동을 목적으로 한다면 골프보다 효과도 좋고 재미있는 스포츠가 많다. 운동 측면에서 골프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한라운드에 7㎞정도 걷는다고 하나 등산이나 조깅에 비할 바 못된다.
카트를 타는 경우 운동 효과는 더 줄어든다. 골프채를 휘두르는 동작 자체를 운동으로 보기도 뭣하다. 연습장에서는 장시간 집중·반복적으로 스윙 연습을 하기때문에 운동효과가 있지만, 4시간 남짓 소요되는 라운드 중 스윙에 소요되는 시간은 고작 4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특히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골프가 필수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다지 쓸모 있는것 같지 않으면서도 잘만 활용하면 그 쓰임새가 넓고 깊은 골프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필리핀 오지에서 농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박운서(67) 전통상산업부 차관은 공직에 있을때 골프의 고비용과 비효율을 탓하며 골프를 철저히 외면했다.
공직에서 물러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사장을 맡고 나서 외국 나들이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골프를 권유 받은 그가 골프채를 잡게 된 결정적 계기는 당시 GE 회장이던 잭 웰치의 권유였다.
잭 웰치 회장은 골프의 문외한인 그를 이상히 여기며 “골프를 안 해보고 사업파트너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고 진지하게 물어왔다.
박전차관이 아무 대답을 못하자 웰치 회장은 “나는 중요 사업파트너 결정은 반드시 골프를 한 뒤 결정한다”며 골프의 특성과 장점을 친절히 설명했다.
60세가 다 되어 골프채를 잡은 박 전 차관은 금방 골프의세계에 심취해 스스로 골프 문외한들에게 골프를 권유하는 ‘골프 전도사’가 되었다.
지금은 더 보람 있는 봉사활동을 위해 골프채를 놓았지만 그를 변화시킨 것은 바로 골프가 안고 있는 무한한 ‘무용의 유용성’ 때문이리라.
골프는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비춰주는 거울이며, 모든 것을 담아내는 스펀지다. 많은 CEO들이 골프장을 찾는 것은 이거울을 보고 스펀지를 얻기 위함이다.
골프에세이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