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보복인사’ 논란 휩싸여
미 법무부가 최근 3~4개월 사이에 연방 검사 8명을 무더기로 해임한 사건을 둘러싸고 미국에서도 ‘보복 인사’, ‘코드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뉴멕시코주에서 연방 검사로 일하다 해임된 데이비드 이글레시아스가 해임 직전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압력성 전화’를 받았던 사실을 언론을 통해 폭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민주당은 즉각 대응에 착수했고 급기야 지난 6일 상원 법사위에서는 해임당한 검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글레시아스는 청문회 증언을 통해 “뉴멕시코주 출신 피트 도메니치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해 10월말 전화를 걸어와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기소가 11월 중간선거 전에 이뤄지느냐고 물었다”면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자 도메니치 의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어 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글레시아스는 이어 “의원이 그런 식으로 전화한 것은 전에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라며 “나는 거의 쓰러질 것 같았고 압력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청문회 과정에서는 법무부가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해임된 검사들을 상대로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아칸소주에서 해임된 버드 커민스 전 연방검사는 청문회에서 공개된 이메일을 통해 “법무부 폴 맥널티 부장관의 비서실장인 마이크 엘스턴이 전화를 해서 해임 검사들이 언론과 접촉하는데 대한 불쾌감을 표출했다”면서 “언론 보도가 계속될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 이 전화도 일종의 ‘위협’이었음을 시사했다. 법무부는 물론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해임 이유는 업무수행능력상의 문제 때문이고 해임 검사들에게 전화를 한 것은 사적인 대화를 위한 것이었지 결코 위협이 아니었다는 항변이다.
전세는 전반적으로 법무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고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보복 인사’, ‘코드 인사’ 시도에 본때를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연방 검사의 무더기 해임은 그 자리에 공화당 진영 검사들을 앉히기 위한 것이고, 또 앨버토 곤잘레스 법무장관이 ‘애국법’을 악용해 상원 인준 없이 자의로 연방 검사들을 임명하려는 계획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상황 불리를 감지한 곤잘레스 장관은 새로 임명될 연방 검사들도 상원 인준을 받도록 하겠다는 선까지 후퇴했다.
이 같은 후퇴에도 불구, 민주당은 타협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검사 해임에 백악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며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미 하원 법사위의 민주당 존 코니어스 위원장은 9일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해리엇 마이어스 전 백악관 법률고문이 위원회의 인터뷰에 응할 것과 검사 해임에 관련된 백악관 내부 및 백악관ㆍ법무부간 논의를 담은 기록 일체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일로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인사시도가 명백히 드러날지는 확실치 않으나 부시 대통령의 힘은 더 빠지고 어깨는 더 처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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