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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조 바꾼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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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조 바꾼 시민들

입력
2007.03.1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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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사가 9일 주야 2교대 도입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난해 5월 첫 협상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이다. 타결을 회의적으로 보던 협력업체와 경제단체, 지역 주민들은 기쁨을 넘어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합의로 전주공장은 2015년까지 14만대를 생산해 세계5위의 상용차 메이커로 도약하게 된다. 적체된 5,000여대의 주문해소와 채용 예정자 700명의 입사 길도 열렸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부품 협력업체의 숨통도 트이게 됐다. 강성노조의 대표격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투쟁 일변도를 벗어나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것은 그래서 더욱 뜻 깊다.

합의의 주역은 노사뿐이 아니다. 시민의 힘이야말로 노사 상생을 이끌어낸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시민ㆍ경제ㆍ사회단체들은 2교대안을 거부하는 노조의 이기주의에 맞서 지난해 말 촛불집회로 여론몰이에 나섰다.

입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일을 하지 못했던 채용 예정자와 가족들도 전주공장 정문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들도 일하게 해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해왔다.

1월3일 해를 넘겨 두 번째 찬반투표가 부결되면서 전북도민들은 더욱 뭉쳤다. 분노한 3만여명의 도민은 한목소리로 현대차 불매운동을 외쳤다. 지역주민의 불매운동은 노조에게는 충격이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면서 “노조의 양보에는 시민들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전북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답게 현대차 전주공장 노사는 물 건너 갈 뻔한 합의를 성숙한 판단으로 살려냈다. 아직 강성 노조원 일부가 반발하고 있지만 합의의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양보로 상생의 합의를 이룬 노사와 똘똘 뭉쳐 노사의 화합을 이끌어낸 시민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최수학 사회부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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