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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 전도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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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 전도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입력
2007.03.1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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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얻은 기업만이 50년, 100년 간다"

“기업이 종업원이나 지역사회 등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내부 경영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미래는 없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30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창업 후 10년 내 90%의 기업이 사라지는 것도 공익을 등한시하고 사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유한킴벌리의 문국현(58) 사장은 ‘왜 윤리경영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문 사장은 2003년부터 기업인과 학계, 시민단체 인사들과 함께 윤리적 기업문화를 연구하는 ‘윤경포럼’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는 윤리경영의 전도사다.

이 달 7일 열린 윤경포럼 행사장에서 문 사장은 “신뢰와 존경이 기업활동의 밑자락에 튼실하게 깔리지 않으면 글로벌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50년, 100년을 넘어 영속하는 기업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영성과만 따지던 과거와는 달리 근로자에게 좋은 복지 여건과 평생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협력업체와의 상생, 지역사회 기여 등 사회에 신뢰를 줄 수 있는 기업만이 글로벌 경쟁에서도 살아 남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문 사장은 윤리경영의 유효성을 직접 실증해 보인 최고경영자(CEO)다. 1974년 유한킴벌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가 95년 사장에 올랐을 때 회사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한때 80%에 달했던 국내시장 점유율은 노사분규와 외국 대기업들의 공세로 18%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그는 경영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 등 윤리경영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골프나 술자리를 활용한 접대형 영업도 금했다.

문 사장은 98년부터 근로자의 사내 평생학습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근무형태를 3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환했다. 하루 8시간 근무에서 12시간으로 늘리는 대신 4일 근무하고 4일 쉬는 형태로 바꿨고, 쉬는 날 가운데 하루는 꼬박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결과 시간당 생산성이 4배 가까이 늘었고, 순이익도 급증했다. 처음 “더 쉬도록 하는 게 해고를 위한 사전작업 아닌가” 하고 의심하던 노조도 이내 진정성을 인식하고는 분규를 중단했다. 현재 이 회사는 업계 최고의 품질 경쟁력과 제로에 가까운 산업 재해율을 기록하고 있다.

문 사장은 “CEO는 단순히 최고경영자가 아니라 최고윤리경영자여야 한다”며 “윤리경영으로 신뢰가 쌓이면 구성원간의 통합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져 기업 경쟁력을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가령 협력업체들과 믿음이 생기면 납품 받는 수백종의 제품에 대한 검사ㆍ 검수가 필요 없이 작업장에서 ‘즉시’(Just In Time) 제품생산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간, 시간,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길이 다름아닌 윤리경영이라는 설명이다.

문 사장은 국내에서 가장 바쁜 CEO 중 한 사람이다. 일년에 3분의 1 가량은 해외에 나가 있다. 그러면서도 환경운동ㆍ중소기업 혁신운동에 적극 참여해 국내외 20여개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연간 200여 차례 강연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회사 일과 사회활동을 어떻게 병행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임직원들이 서로 신뢰하면 1분 안에 보고와 지시가 모두 가능하다”며 “신뢰는 한 달에 한번 만나도 행복하고 창조적이고 경쟁력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 문국현 사장 약력

- 1949년 서울 생

- 1972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 1974년 유한킴벌리 평사원 입사

- 1977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석사

- 1995년~현 유한킴벌리 사장

- 1998년 생명의 숲 공동 대표

- 2003년~현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 사장

- 2004년 학교법인 유한학원 이사장

- 2005년 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

박진용기자 hub@hk.co.kr

■윤경포럼이란…올 현대그룹·신한은행·KTF·풀무원 CEO 등 서약

윤경포럼(공동위원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ㆍ조동성 서울대 교수)은 윤리적인 기업문화 정착 및 확산을 위해 기업인과 학계 및 시민단체 인사들이 모여 2003년 2월 발족한 다자간 포럼이다.

조동성 위원장은 “윤리경영이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설명한다.

윤경포럼은 출범 이듬해 12명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한 가운데 윤리경영을 다짐하는 서약식을 가진 이후 매년 행사를 개최, 윤리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상훈 신한은행장,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 조영주 KTF 사장,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 남승우 풀무원 사장 등 각계 인사 55명이 서약식(사진)에 참석했다.

이들은 서약식에서 윤리적 기업문화 실천의 최종 책임이 CEO에 있음을 확인하고, 국제규범에 걸맞은 윤리경영을 펼쳐나가기로 다짐했다.

이를 위해 ▦CEO의 윤리적 리더십 실천과 사내 윤리경영제도 강화 ▦반부패 관행 개선 ▦국제적 인권 및 노동권 보호와 건전한 노사관계 구축 ▦환경경영 ▦혁신과 창조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 ▦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 12대 실천 원칙을 추진하기로 다짐했다.

포럼은 이와 함께 윤리경영을 통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데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경제ㆍ사회ㆍ환경적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지속 가능성이 있는 기업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인 ‘한국형 지속가능성 보고 가이드라인’(BSR)을 산업자원부, 대한상의와 공동 개발, 다음달 4일 설명회를 갖고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 윤경포럼 선언문

우리는 윤리경영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윤리경영을 통해 국내외시장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하나, 우리는 자기영역부터 윤리경영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사회발전에 이바지한다.

하나, 우리는 윤리경영의 확산을 위해 국내외 관련분야 간의 협력에 앞장선다.

이세가지를 지키는 최종 책임이 CEO에게 있음을 선언한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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