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건강한 노인들이 많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장수국가로서 지난해 평균수명이 남녀 각각 한국보다 6세 많은 남자 79세, 여자 86세에 이르렀으니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20선 의원을 지냈고, 2003년 정계를 은퇴한 후에도 세계평화연구소 이사장으로서 지금도 사실상의 정치활동에 분주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건강과 정열은 자주 놀라움을 자아낸다. 더욱 놀라운 것은 96세의 현역 내과의사인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다. 그는 지금도 성누가국제병원 이사장 겸 명예원장으로서 의료 현장에서 뛰고 있다.
■그의 건강법은 극히 상식적이다. △적게 먹기 △식물성 기름 섭취하기(그는 아침마다 주스에 야자유를 제외한 식물성 기름을 한 숟가락 타서 마신다) △건너뛰어 계단 오르기 △가볍고 빠르게 걷기 △얼굴에 웃음 짓기 △목 운동 자주 하기 △숨 다 내쉬기(숨을 내쉴 때 마지막에 힘껏 짜내듯 토해 낸다) △체중ㆍ체온ㆍ혈압 재고 기록하기 등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웃는 얼굴은 표정을 만드는 근육의 탄력을 유지시켜 준단다. 정신 건강을 위한 △정신 집중 △멋 내기 △젊은이와 자주 접촉하기 등의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그저 유난히 건강한 노인에 그쳤을지도 모를 그가 많은 일본인의 삶의 지표가 된 것도 정신의 건강을 강조하는 태도 덕분이리라. 2000년 ‘신노인회’ 설립과 함께 전개된 그의 ‘신노인 운동’은 생명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건강한 마음을 갖는 것이 주된 목표다.
그런 책임을 75세 이상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신노인’이 맡아야 하는 이유로서 그가 내세운 것이 전쟁 체험이다. 인류애를 잊고 전쟁으로 내달린 과거에 대한 반성을 74세 이하의 ‘주니어’ 세대,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새로 조직되고 있는 59세 이하의 ‘응원단’ 세대에 전해 그 아래 세대로 이어나가자는 것이다.
■전쟁의 참상과 부조리를 담은 전쟁체험기 출판, 세계적 지휘자인 오자와 세이지(小澤正爾)와 함께 연 ‘평화의 메시지’ 이벤트,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생명 수업’, 수목장을 장려하는 ‘생명의 숲’ 운동 등이 모두 생명과 자연, 인류애라는 하나의 그물망 위에 있다.
동양적 정신문명의 전통을 후세에 제대로 전하고, 풍부한 교양을 체득해 노년을 살찌우자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그의 베스트셀러 시리즈가 ‘잘 늙기’가 아닌 ‘잘 살기’를 제목으로 삼았는지가 분명해진다. 닥터 히노하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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