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두 분야 연계하지 말자" 요구
*농업분야 지킬 카드 줄어들 가능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자 핵심 분야에서 한미 양측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한국 농산물 분야의 완전 개방을 요구하며 꿈쩍도 하지 않는 반면, 미국 측의 아킬레스건으로 통하는 섬유 분야에서는 한국이 이미 양보한 부문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섬유-농산물 분야의 ‘빅딜’을 통해 농산물 시장을 일부라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던 당초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측 협상팀 관계자는 11일 “미국이 섬유와 농산물 분야를 연계하지 않기를 요구했고, 우리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한국측은 이날 미국측이 내놓은 섬유관세 철폐안이 기대에 못 미쳐 미국이 개선된 안을 다시 가져 오면 재협상에 나서기로 하고 8차 협상을 마무리 했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지난 9일 섬유분과 고위급(차관보급) 회담에서 한국산 섬유 제품이 급격히 늘어 미국 시장을 교란할 경우 미국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는데 합의했다. 또 85개 품목의 얀 포워드(원사의 생산지로 원산지 판정) 적용과 관련한 쟁점에서도 상당 수준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섬유분과와 연계해 타결 가능성이 제기됐던 농업분과는 사실상 19~21일 고위급 회담으로 쟁점을 미뤄놓을 정도로 진척이 없다. 한국측은 이미 섬유분야에서 세이프가드를 수용했지만, 미국측은 농업분야에서 세이프가드 수락 여부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있다.
미국의 섬유분야와 한국의 농업분야는 양국이 각각 보호해야 할 주요 부문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유사해 빅딜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농업+섬유’ ‘무역구제+자동차ㆍ의약품’ 분과가 각각 짝을 이뤄 이익의 균형을 위해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전망이었다.
이에 대해 김종훈 수석대표는 “농업과 섬유에 대한 연계 처리 문제가 나오고 있지만 직접 연결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전반적인 입장에서 ‘농업에서 이 정도 밖에 양보가 없는데 섬유에선 왜 그러냐’정도의 얘기는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농업분야보다 앞서 섬유분야에서 상당한 정도의 양보나 협의가 있게 되면 한국측이 농업분야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나갈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미국측이 막판에 거듭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는 자동차분야 협상이나 무역구제ㆍ의약품 분야 등은 농업분야와의 빅딜에 포함시키기에는 성격상 한계가 있어 농업분야 협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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