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미술관 ‘자인-마리 이야기’전
여성의 삶 혹은 여성성에 관한 미술작가 8인의 시선. 서울 신사동의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가 8일 시작한 전시 <자인(姿人)-마리 이야기> 의 기획 의도다. 하지만 실제 전시 작품들이 모두 그런 맥락에 속한 것 같지는 않다. 여성을 다룬 것은 틀림 없지만, 그것이 꼭 여성성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인(姿人)-마리>
예컨대 함경아의 영상설치 작품 <나의 사랑하는 메기> 를 보자.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P씨가 그린 어머니 그림으로 영상을 만들어 흰 벽에 쏘았다. P씨가 오래 전 사별한 남편의 추억은, P씨의 빛바랜 가족 사진에서 남편의 자리를 하얗게 지운 엽서 크기 영상으로 소포 모양의 콘크리트 상자에 박았다. 그 상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메기의 추억> 과, 흰 벽에 잔잔하게 흐르는 영상은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힘들게 살았을 한 여자의 삶을 생각하며 감상에 젖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게 아니다. 작가는 원본이 없는 이미지(상상의 어머니)와 지워진 이미지(남편의 자리를 지운 사진)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인식의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런 설명에 반드시 동의할 필요는 없겠으나, 곰곰 새겨볼 지점이다. 메기의> 나의>
여성성이라는 주제에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접근하는 것은 남성 작가 한동훈과 스페인 여성 작가 아나 라우라 알라에즈의 사진영상 작품이다.
한동훈의 <아니마 아니무스> 는 거울을 바라보는 여자가 거울 속에 남자로 나타나고, 또 그 반대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성 속의 남성, 남성 속의 여성을 이야기한다. 알라에즈의 영상작품 <메이크업 장면들> 은 작가 자신의 얼굴이 화장과 가발, 소품으로 끊임없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거부한다. 메이크업> 아니마>
이번 전시는 이 미술관이 갖고 있는 프랑스 여성 작가 마리 로랑생(1883~1956)의 유화와 드로잉 12점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사, 권소원, 서효정, 윤리의 작품도 볼 수 있다. 4월 28일까지. (02)547-9177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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