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매매에 계까지 열병 수준… 소비 권하는 사회 탓도 커명품 애호 12명 심층 인터뷰, 우리시대 ‘욕망의 보고서’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자신의 난자를 제공했다는 여대생, 친구 사이에서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백화점에서 명품을 상습적으로 훔치다 구속된 명문대생, 중ㆍ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명품계(契)….
우리 사회가 명품 열병을 앓고 있다. 국민의 39.1%가 고가의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한 소비자단체의 통계를 인용한다면, 우리사회는 명품 열병을 앓는 단계를 지나 명품의 생활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서울대 소비자심리학과 김난도 교수의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 는 최근 10년 사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 명품 붐을 입체적으로 진단한 ‘욕망의 보고서’이다. 사치의>
저자의 문제의식은 ‘콩나물 100원 값은 악착같이 깎는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 왜 100만원대의 명품을 사는 데는 주저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누가 명품을 구매하고, 왜 명품을 구매하고, 어떻게 명품을 구매하는지를 알기 위해 품을 들였다. 10~40대의 남녀 명품애호가 12명을 상대로 한 50시간 가량의 인터뷰가 이 책의 토대가 됐다.
저자는 명품 구매의 동기를 과시ㆍ질시ㆍ환상ㆍ동조형으로 분류한다. 과시형 구매자들은 다른 계층과 자신을 구별하기 위한 욕망을 내면화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치품을 갖지 않으면 위신이 깎인다’고 생각하는 부유층들이다. 질시형 구매자들은 ‘황새를 따라잡으려는 뱁새’들이다. 평등주의의 열망을 명품으로 충족시키려는 중산층 구매자가 해당한다. 환상형구매자는 자기 만족을 원하는 나르시스트.
명품을 소비하면 자신이 다른 자아로 변할 수 있다는 허영심이 강하다. 자기애 성향이 강한 20, 30대 소비자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이런 유형이다. 동조형 구매자는 상품 자체에 대한 욕망보다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중ㆍ고생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명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또래집단에서 ‘외톨이’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낀다.
저자는 상류층보다 중산층의 과시적 명품 구매에 대해 특히 비판적이다. 그는 이들을 ‘가짜 부자’로 명명한다. 부유층의 명품 구매 행태를 비판하면서도 자신도 명품을 살 수 있는 부를 갖추기를 욕망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검소ㆍ소비절약 등이 미덕으로 칭송받던 우리사회는 10여년 만에 급속히 소비사회로 변모했다. 저자는 왜곡된 명품열풍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불균형 소득분배상황을 개선해 부의 축적에 대한 시민들의 승복가능성을 높여야 하고, 쇼핑 이외의 것에 눈을 돌릴 수 있는 문화 인프라의 확장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신용카드 남발을 부추긴 정부에 대해서도 이제는 건전한 소비자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권고한다.
김 교수는 “날로 보편화하는 사치 욕망의 근저에 자리잡은 진실을 밝혀내고자 책을 썼다”며 “소비에 대한 개개인과 사회의 타성에 경종을 올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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