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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통계에 대해

입력
2007.03.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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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언어는 숫자다. 숫자에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어 같은 말도 통계로 말하면 신뢰가 더 크다. 그러나 바로 그 통계의 힘을 확보하기 위해 으뜸이어야 하는 것은 신뢰성이다.

통계는 정직한 것 같지만 거짓말하기에는 통계가 가장 요긴하다. 어떻게 만들어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통계는 극과 극의 양면성을 지닌다. 통계는 마술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사실 통계 없이 살 수 없다. 국가 정책은 통계에서 시작된다.

■ 유엔이 엄정한 통계 생산을 위해 법에 의해 규율되는 통계 전담 부서를 설치, 운영할 것을 각국에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유엔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통계의 질과 독립ㆍ객관성이다.

독립의 관건은 정치 작용의 배제다. 유별나게 요란한 정부나 정권일수록 업적 과시를 위해 통계를 양산하고 애용한다. 이런 정치 작용에 속아넘어가지 않으려면 통계의 독립이 필수적이다.

법은 정책 부서가 입맛대로 통계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제도와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통계 내용의 공개 역시 정부 관리들과 일반에 동시에 이루어져야 신뢰가 보장된다. 변경이나 가필(加筆)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 선구적 복지국가 영국에서 지금 통계법 개정 문제로 요란하다고 한다. 복지체제를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 통계가 긴요할 테니, 예산이나 제도 등에서 영국의 통계제도가 꽤 선진적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영국의 국가 통계가 정치에 오염돼 왔다는 반성과 함께 신뢰와 독립성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 법안이 미온적 내용에 불과하다고 언론들의 비판이 거세다.

가령 발표 이전에 각 부 장관들이 미리 열람하도록 돼 있는 방식이 쟁점이다. 지금까지는 발표 5일 전에 회람할 수 있는 것을 40시간 전으로 개정했지만, 이래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다.

■ 우리 나라에선 150여 개 기관에서 연간 700여 종의 통계가 생산된다고 한다. 이를 관리 감독하는 곳이 통계청이다. 통계 생산을 위해서는 통계청의 작성 승인을 받아야 하고 발표 때는 공포 협의를 거치게 돼 있다.

그러나 '힘 있는 기관'에선 독단적으로 만들고 발표하는 일이 많아 실효성이 없다. 자료제출 명령이나 주의 촉구 공문을 낼 수도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통계는 돈'이라고 하는데 예산은 턱도 없다고 한다. 어지러운 세상에 숫자의 세계는 믿을 만할 것 같아 통계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이 세계 역시 만만치가 않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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