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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우리가 모르던 깜깜했던 그 세상엔… '큰애기 복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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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우리가 모르던 깜깜했던 그 세상엔… '큰애기 복순이'

입력
2007.03.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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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글ㆍ장호 그림 / 문학동네 발행ㆍ224쪽ㆍ9,500원

일제시대가 앞서는지 한국전쟁이 먼저 인지 헷갈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전쟁이 나서 쌀이 없으면 빵 먹으면 되잖아”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요즘 아이들이다. 풍족하고 평화롭게 자란 세대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어렸을 적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큰애기 복순이> 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어둡고 처절했던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를 다루고 있다. ‘큰애기’는 시집갈 때가 된 여자 아이를 가리키는 사투리로, 열세살 복순이를 부르는 말이다.

일본이 전쟁 물자를 모은다며 집집마다 쇠란 쇠는 모두 걷어가 대나무로 숟가락을 깎아 쓰던 시절 복순이는 큰언니네 군식구로 들어간다. 시간이 흘러 광복이 되고 학도병 징집을 피해 지리산으로 들어갔던 막내오빠도 돌아와 기뻐하는 것도 잠시. 하룻밤 사이에 인민군 세상이었다가 국군 세상이었다가 하는 도깨비 같은 시절이 계속된다.

돈 벌러 간다고 의기양양하게 고향을 떠났던 동무 순덕이가 일본군 위안부를 하다 미쳐서 돌아오고, 억울하게 죽은 아들 찾겠다고 간 새어머니가 빨갱이로 몰려 싸늘한 주검이 된 기막힌 세월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가슴이 콩콩 뛰고 웃음이 픽픽 나는 첫사랑 종기와의 애틋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체로 서글프고 우울하다.

불과 100년도 안된 근현대사가 아이들에게는 고구려 시대 주몽보다 낯설지 모른다.

좌익·미군정·무산계급 같은 어려운 말들이 뒤엉겨 읽기에 버거울 수도 있겠지만 복잡한 세월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어 웬만한 역사책 읽히는 것보다 낫겠다. 물론 그보다 값지고 중요한건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던 시대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만. “전쟁이라는 거 제정신으로 하는 것 아닙니더.

간질병도 안 걸린 놈들이 진짜로 미친 놈 지랄병 하는 기지.” 어제는 이편, 오늘은 저편으로 사는 게 얼마나 살벌했는지, 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한(恨)을 품고 살 수밖에 없는지 책을 덮으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초등학교 5, 6학년 이상 대상이지만 중학생에게 더 어울릴 것 같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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