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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즐겨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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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즐겨찾기

입력
2007.03.0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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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터넷 즐겨찾기에는 무엇무엇이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그건 왜? 내가 반문하자, 그가 말했다. 그게 때론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말해줄 수도 있으니까. 곰곰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해서 한 번 살펴보니 내 즐겨찾기 목록엔 대강 이런 것들이 줄맞춰 정열하고 있었다.

포털사이트 몇 군데, 신문사 홈페이지 몇 개, 은행 홈페이지, 출판사 홈페이지 몇 개, 학교 몇 군데, 국립국어연구원 홈페이지와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 대법원 판례 사이트. 그게 전부였다. 그야말로 평범한, 무미건조하고 심심한 목록이었다.

나만 그런가 싶어, 아내의 노트북을 훔쳐보니, 아, 거기엔 진기한 것들이 잔뜩 숨어 있었다. 한국의 조류 사이트, 한국의 식물 웹도감, 어린이 신문사, 비디오 아티스트 사이트, 등등. 흥미진진한 아내의 즐겨찾기 사이트들에 하나하나 들어가보다가, 맨 아래 한 정당의 홈페이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의아해서 내가 물었다. 너, 거기 당원이야? 아내는 아니라고 했다. 헌데, 거기 토론마당을 왜 즐겨찾기에 해놨어? 그러자 아내가 짧게 대답했다. 오늘의 유머니까. 나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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