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대 경제학부 전공'경제학 연습1'강의가 진행된 멀티미디어 동 202호. 정원은 15명인데 21명이 앉아 있었다. 6명은 취재진이다.
잇따라 플래시를 터트린 사진 기자들까지 합쳐 '학생반 기자반'의 기묘한 강의가 이어졌다. 범 여권 대선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총장의 올해 첫 수업 풍경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총장직 퇴임 이후 9개월 동안 자의든 타의든 정치권과 학교에 양다리를 걸쳐왔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정치권의 유혹에"생각 없다"고 손사래 쳤지만 이제는 '시기'를 놓고 저울질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고향인 충청권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것도 정치 행보로 읽힌다.
정치판에서의 정 전 총장 역할과 관련해서는 범 여권의 후보 경선 흥행카드로 쓰인 뒤 토사구팽(兎死狗烹)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때문에 그가 타이밍과 판세 분석 등을 놓고 신중을 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의 최근 행보는 올바르지도 떳떳하지도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캠퍼스가 들썩이고 있다. 학생들은 "이런 상황에서 수업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쥐 죽은 듯 조용하던 정 전 총장의 연구실이 시장 바닥이 된 것 같다"는 소리도 들린다. 교수들도 흔들린다. 모였다 하면 출마 이야기다. 공대 교수 10여명은 그의 출마 여부를 놓고 내기 하자며 1만원씩 걸기도 했다.
이제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번 학기까지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두루뭉술 넘어갈 때가 아니다. 정치인과 교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정 전 총장이 수십 년 피와 땀으로 봉사했던 서울대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관악산은 여의도를 내려다보며 정치 참여 시기를 저울질하는 전망대가 아니다.
박상준 사회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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