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 '꽃봄'이 터졌다
섬진강에 꽃봄이 폭죽처럼 터졌다. 봄맞이 강 ‘꽃강’의 화려한 왈츠가 시작됐다.
동백이 겨울을 닫는 꽃이라면 하늘하늘한 순백의 매화와 병아리털 보다 부드러운 산수유꽃은 본격 봄을 여는 신호탄. 함께 피어난 이들 꽃이 강물을 춤추게 한다.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2월을 보내며 올해 봄꽃들은 서둘러 자태를 드러냈다. 예년 보다 열흘 가량 빠른 속도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언제나 시샘을 부르는 법. 올해는 건너뛰지 않을까 생각했던 꽃샘추위가 그 짙은 질투를 최대한 실어 차디 찬 바람을 불어대며 이제 막 피어난 꽃들을 위협했다. 그 시기와 질투가 아무리 짙다 한들 도도한 꽃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는 일.
잠시 움츠렸던 꽃나무들은 보란 듯 다시 화려함을 뽐낼 것이고, 그 꽃의 물결은 세를 더해 산천을 뒤덮고 꽃구경 나온 상춘객에게 올 한해 동안 결코 지워지지 않을 마음의 꽃다발을 심어줄 것이다. .
지금 광양의 백운산 자락은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앞다퉈 아름다움을 겨루고 있다. 정절의 꽃 매화 잎이 강물 위로 날아들 때 구례의 지리산 자락에선 봄빛보다 노란 산수유가 파스텔톤으로 산천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소설가 김훈이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고 극찬한 산수유꽃이다. 겨울의 황량함을 단숨에 바꿔놓을 기세로 봄의 색은 번지고, 그 색이 깃든 나뭇가지엔 비로소 탱탱한 봄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섬진강의 화려한 봄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매화와 산수유꽃이 떨어져 땅을 수놓을 때면 더욱 화려한 벚꽃이 흐드러지기 시작한다. 이달 말께부터 하동 쌍계사로 가는 10리 길은 천상의 꽃터널을 이룰 것이고, 섬진강가 양쪽 100리 길은 경쟁하듯 끝없이 긴 꽃물결에 파묻힌다. 환장하게 무르익는, 봄의 절정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벚꽃의 뒤를 이어 하동땅 배밭은 매화, 벚꽃에 견줄 희디 흰 배꽃을 펼쳐낸다. 달 밝은 밤이면 강가는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할 서정의 풍경으로 젖어든다.
악양들판에선 무릎 높이로 자란 보리가 봄바람에 출렁이며 청청함을 자랑할 것이고, 빈 들판에선 자운영 곱게 물들어 시시각각 바뀌는 햇볕에 따라 보라색의 화려한 스펙트럼을 연출할 것이다.
초여름 밤꽃의 그늘이 강물에 드리울 때까지 섬진강은 꽃의 사태로 취하고, 취하고 또 취한다.
섬진강=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섬진강 '광양·하동·구례'…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흰 눈이 내려야 겨울이 겨울답듯이 봄은 역시 꽃이 흐드러져야 봄 같아지는 법. 봄을 기다리는 마음들은 오래 전부터 섬진강으로 촉각을 뻗치고 있다. 섬진강 가에 매화와 산수유가 피어나야 드디어 꽃봄이 열리기 때문이다.
◆광양 하동 매화
매화로 가장 유명한 곳은 광양 다압면의 섬진마을. 강을 내려보는 산자락의 청매실농원이 섬진강 매화의 산실이다. 이곳은 매화농장이라기 보다는 매화공원이다. 매화의 열매, 매실을 이용한 장아찌 된장 고추장 등 2,500여개가 넘는 장독과 대나무숲, 섬진강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다.
매화가 절정을 이룰 무렵 주말에 이곳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밀려드는 인파와 부족한 주차장 때문. 섬진강의 매화를 꼭 이곳에서만 감상할 이유는 없다.
청매실농원에서 강 따라 2km 북쪽의 도사리 소학정 마을에도 매화가 큰 군락을 이뤘다. 광양시에서 입구에 넓은 주차장 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의 매화는 청매실농원보다 빨리 피어난다.
섬진강 서쪽의 전남 광양땅에만 매화가 피는 건 아니다. 강 건너 하동 땅에도 숨겨진 매화촌이 있다. 보리밭으로 푸른 악양들판 남쪽의 하동읍 흥룡리의 흥룡마을과 먹점마을이 그곳이다. 아랫마을부터 흐드러지기 시작한 꽃사태가 15일께면 해발 320m가 넘는 산골 먹점마을의 매화나무에도 옮겨 붙을 것이다.
급한 경사의 좁은 농로를 힘겹게 1.5km가량 올라 만나는 먹점마을은 꽃이 피지 않았아도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좁은 길이 열리면서 산속에서 갑자기 펼쳐지는 드넓은 공간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시야가 터지며 거대한 설치작품 같은 층층의 다락논이 시선을 빼앗고 논두렁 밭두렁 산비탈 가득한, 이제 곧 터질 꽃망울을 달고 있는 매화나무들이 풍경을 완성하고 서있다. 먹점마을은 20여 가구가 매실농사 등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하동좋은매실’을 운영하는 조기찬(66)씨는 “하동에서 매실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먹점마을”이라며 “꽃 필 때도 좋지만 매실을 수확하는 여름에도 마을에는 볼 것도 즐길 것도 많다”고 자랑했다.
◆구례 산수유
섬진강을 굽어보는 지리산 자락. 구례의 봄꽃은 산수유다. 남원에서 밤재터널을 지나 만나는 구례 산동면이 산수유 군락지다. 지리산온천 위쪽의 상위, 반곡, 대음마을과 19번 국도 건너편 견두산 자락의 현천, 계척마을 등 30여 부락이 산수유를 키우고 있다. 지금 이들 마을이 노란 구름이 내려앉은 동화 속 세상이 됐다.
산동에서 나는 산수유는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냇물과 다무락(돌담의 사투리), 너른 바위 위로 가지를 드리운 산수유나무들이 ‘꿈꾸는 꽃’ 답게 부수수 노란 빛을 흩뿌리고 있다.
만복대 자락의 산동마을은 임진왜란때 피란민들이 들어와 터를 잡은 곳이라고 한다. 유명세를 타고 축제 기간 산수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고샅의 이끼 두텁게 낀 돌담이 노란 산수유꽃과 조화를 이룬다.
상위마을 아래의 반곡, 대음마을에선 냇물이 제법 넓어진다. 장정 백여 명 충분히 앉을 수 있는 널따란 반석이 장관이다. 현천마을은 산수유가 가장 많이 밀집한 마을. 꽃철이 되면 알음알음 사진작가들만 모여드는 한적한 마을이다. 40여 가구 80여 명이 살고있다. 일부러 가꾸지 않은 돌담이 인상적이다.
광양ㆍ구례=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섬진강 벚굴과 지리산 고뢰쇠물 맛보세요
꽃이 필 무렵 섬진강 하구에선 굴이 무럭무럭 커진다. 벚꽃이 필 때 맛의 절정을 이룬다는 ‘벚굴’이다. 일반 굴의 10배 가까운, 어른 손바닥 크기의 ‘장대한’ 굴이다.
바닷물이 기웃대는 섬진강 하구에서 거두는 100% 자연산이다. 굴이 크다고 질기거나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 되레 작은 일반 굴 보다도 부드럽고 향이 짙다.
광양 벚굴은 망덕포구로 집산된다. 당연히 벚굴의 맛도 망덕포구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하나로횟집(061-772-3637) 등 15개 정도의 횟집에서 굴을 내놓는다. 일반적인 굴요리는 구이와 찜. 포장해 갈 때는 석화 ‘한 망태기(20kg)’가 3만5,000원. 횟집에서 구이나 찜으로 먹을 때는 8만원 선이다. 어른5, 6명이 배불리 먹을 양이다. 굴로 끓여낸 굴죽(5,000원)도 별미다.
구례의 지리산 자락은 고로쇠물 채취가 한창이다. 지리산 고로쇠물은 해발 700~1,000m의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와 자작나무에서 채취한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이맘때가 제철이다.
지리산 화엄사 옆에 자리한 한화리조트는 31일까지 피아골 고로쇠물을 판매한다. 4.3ℓ 2개 들이 포장이 3만원(택배비 포함), 4.3ℓ 4대 들이는 5만7,000원, 18ℓ 큰 통은 5만2,000원이다. 전화(061-782-2171)를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여행수첩
꽃철에 맞춰 꽃축제가 펼쳐진다. 구례 산수유축제는 15~18일 산동면 지린산 온천 일대에서 열린다. 자연과 영상의 만남이란 주제로 각종 체험 이벤트 행사 등이 준비됐다. 구례산수유꽃축제추진위 (061)780-9700
광양매화문화축제는 하루 늦은 16일 시작해 일주일 늦은 25일까지 진행된다. 청매실농원을 중심으로 섬진강변 다압면 일대에서 꽃길음악회, 꽃차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061)797-3363
답사여행사들도 꽃구경으로 바빠졌다. 승우여행사(02-720-8311)는 홍매화 만개한 금둔사와 순천 대대포구 갈대밭을 둘러보거나 섬진강 매화마을과 남해 다랭이마을을 함께 묶은 상품을 출시했다.
주말인 10, 11일 출발하는 당일 일정으로 참가비 4만3,000원. 한적한 화요일 출발하는 상품은 남도의 맛기행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금둔사+벌교 꼬막정식은 4만5,000원, 청매실농원+순천 일품매우는 5만5,000원, 산수유마을+지리산 대통밥정식은 4만3,000원이다.
우리테마여행(02-733-0882)은 4월1일까지 매주 수,토,일요일 섬진강 매화와 지리산 산수유꽃을 함께 둘러보는 상품을 내놓았다. 2만9,000원.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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