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탓 대충 일하는 건 패배주의 '1등 은행' 의지 절대 버리지 말라"
"어디에 가든지 주인이 되고 무슨 일을 하든지 프로가 돼야 합니다."
이 달말 퇴임하는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8일 임제록(臨濟綠)에 나오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인용하며 직원들에게 당부한 마지막 인사말이다.
지난 주말 태백산 시산제에서 우리은행의 번영과 직원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돌아왔다는 황 행장은 이날 마지막 월례조회에서 "3년을 돌아보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말문을 뗐다. 이날 조회는 황 행장의 고별사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3년간 우리금융그룹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경영 수완과 쾌도난마식 경영스타일로 금융계 '스타 CEO'로 조명받았던 황 행장은 마지막 자리에서도 '주인의식'과 '1등'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정상 공략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깔딱고개가 더 가파르고 오르기 힘든 법이지만 1등 은행이 되겠다는 의지는 절대 버리지 말아 달라." 취임 당시 119조였던 우리은행 자산을 186조원으로 50% 이상 키우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남겼지만, 떠나는 마당에서도 '최고'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거침없는 직설화법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말 경영개선약정(MOU) 개정 문제로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갈등을 빚었던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는 "경영개선약정 때문에 여건이 나쁘다고 대충 일하겠다는 생각은 패배주의"라며 "1등 인재를 모아놓고 1등 은행이 됐을 때 당당히 보상을 요구하자"고 강조했다.
또 우리은행의 다양한 구성원 문제에 대해서도 "구 한일, 상업, 평화은행과 종금사 출신 간 구분 없이 능력에 따른 인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후임 행장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에 대해 "다음 주자가 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마지막 바통을 넘기는 순간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는 것이 릴레이의 비결"이라며 "저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 안팎에선 "황 행장다운 작별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때론 그의 공격적 경영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없지 않았다. 비정규직의 전격적인 정규직 전환을 두고 "깜짝 쇼"라는 비아냥이 나오는가 하면, 공격적인 주택담보대출 확대로 집값 부풀리기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거리낌 없는 직설화법과 1등을 향한 승부욕 등 황 행장의 정면돌파형 승부사 스타일은 보수적인 은행가에 새 바람을 불러넣었다는 중론이다.
황 행장은 퇴임 후 당분간 쉬면서 재충전한다는 계획이지만, 금융계는 그의 휴식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황 행장을 그냥 쉬도록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진출설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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