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이닝 1실점 위력투… 4피안타 4실점 "몸 피곤"
박찬호는 웃었지만 김병현은 울었다.
뉴욕 메츠 박찬호(34)가 이적 후 첫 공식 경기에서 3이닝을 2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 선발진 합류에 청신호를 밝혔다.
그러나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는 콜로라도 김병현(28)은 2와3분의1이닝 동안 4피안타 4실점해 선발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속팀 감독들의 평가도 정반대였다. 윌리 랜돌프 메츠 감독은 “내가 보고 싶은 장면을 봐서 기쁘다”고 박찬호의 투구를 칭찬했지만 클린트 허들 콜로라도 감독은 “김병현이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벌어진 보스턴과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경기 초반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 릭 피터슨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투구수가 너무 많다”고 말할 정도로 흔들리는 바람에 1회에만 30개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1회 1사 만루의 위기에서 1점만 내주는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인 뒤 2, 3회는 보스턴의 강타선을 실점 없이 잘 막았다.
박찬호의 최고구속은 시속 90마일(약 145㎞). 구속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공 끝의 움직임은 괜찮았다. 지난해와 달리 공을 던지는 오른손이 처지지 않았고, 커브와 슬러브의 낙차는 예리했다. 선발진 합류를 위해 사력을 다하는 박찬호로서는 남은 시범경기 동안 구속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전날에야 취업비자를 받아 시범경기 첫 등판이 늦어진 박찬호는 경기 후 “긴장한 탓인지 제구가 흔들려 1회에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면서 “공을 낮게 던지려고 노력했고 80~90%의 힘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0-1로 뒤진 4회말 교체됐지만 메츠 타선이 0-5로 뒤진 7회초 대거 5득점한 덕분에 패전을 모면했다. 그러나 메츠는 5-9로 졌다.
플로리다에서 박찬호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면 김병현은 애리조나에서는 괴로운 하루를 지냈다. 김병현은 애리조나 투산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0-3으로 뒤진 4회초 구원 등판, 4ㆍ5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6회 3점을 내주는 바람에 예정된 3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고, 구원투수 에릭 두보스가 점수를 내준 탓에 실점은 4점으로 늘었다.
지난 4일 에인절스전(2이닝 1실점)에 이어 시범경기 2번째 등판을 마친 김병현은 “훈련을 많이 했기에 피곤하다”면서 “아직 시범경기 초반일 뿐이다”고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이 10.38로 치솟은 김병현을 바라보는 콜로라도 구단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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