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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은 짝퉁 특송路

입력
2007.03.0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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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화물 이용 밀수 급증… 작년 514억원어치'국제 택배' 신수법으로 부상… 시계류가 1위

1월23일 인천공항 세관. 홍콩에서 450㎏짜리 특급탁송화물이 들어왔다. 겉에 표기된 내용물은 ‘PVC백’. 세관당국 심사관은 무언가 이상했다. PVC백을 굳이 비싼 운송비를 물어야 하는 특급탁송으로 부칠 필요도 없거니와 수입업체 이름 역시 생소했다. 화물박스를 뜯어보니 ‘짝퉁 해외명품’들이 가득했다.

롤렉스 등 시계류 163점, 핸드백 359점 등 진품으로 치면 시가 25억원에 달하는 가짜 해외명품이 721점이나 들어있었다. 2월1일과 8일에도 크리스찬 디올 신발 320켤레와 루이비통 핸드백 259점 등 짝퉁 명품 547점이 세관 단속에 걸려들었다.

항공화물을 이용한 ‘짝퉁 명품’ 밀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여행자를 통한 소량 반입이나 항만을 주로 이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신속하고 편리한 항공화물로 대량 밀반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세관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화물로 가짜 명품을 국내로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상표법 위반 건수는 66건으로 2005년(28건)에 비해 2.4배 늘어났다.

제품 수량도 9만3,000여점(진품 시가 514억원)으로 전년(1만여점) 대비 9배나 급증했다. 특히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가 가능해 ‘국제 택배’로 불리는 특급탁송화물이 23건을 기록, 새로운 밀반입 경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엔 특급탁송을 이용한 밀수 적발 건수가 9건에 불과했다.

세관 관계자는 “항공기를 이용한 특급탁송의 경우 일반 선박보다 비용은 10배 이상 들지만, 운송업체가 수출국과 수입국 통관절차까지 대행해 목적지까지 곧바로 배달해주기 때문에 밀수업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별로 보면 부피가 작으면서도 고가에 팔 수 있는 시계류가 2만4,112점 적발돼 2005년(792점)보다 무려 30배나 늘어났다. 의류(29,542점)와 가방류(4,357점) 밀수도 각각 5.7배, 2배 가량 늘었다. 품목도 다양해졌다.

과거 의류나 시계, 가방 등에 한정됐던 짝퉁 밀수품이 작년엔 담배(7,920보루), 게임기 부품(20,099개), 골프채(145개), 안경(321개), 목걸이 등 액세서리(1,591개) 등으로 특정 제품군을 가리지 않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태국 15건, 홍콩 12건, 베트남 6건, 인도네시아 4건 등의 순이었다.

인천공항세관 조기현 화물검사과장은 “짝퉁 해외명품 밀수가 고위험ㆍ고수익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최근 항공화물을 이용한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수출입 통관단계에서 가짜 상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단속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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